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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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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올림픽·술’ 삼재에 발목... 스가 지지율 20%대로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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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내각 지지율 30% 붕괴하며 ‘위험 수위'...올림픽 반전 카드 될까?

올가을 중의원 총선거를 앞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각 언론사가 매달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최저 지지율’을 잇따라 경신한 데 이어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지지율 30%’마저 무너졌다. 지지통신이 지난 9~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스가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전달보다 3.8%p 하락한 29.3%로 나타났다. 스가 집권 이후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지지통신은 “지지율 30% 붕괴는 ‘가케학원 스캔들’로 아베 신조 전 총리 내각이 흔들리던 2017년 7월 이후 4년 만”이라며 “지지율이 ‘위험 수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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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올림픽· 삼재(三災)에 ‘발목’

스가 총리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친 것은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다. 지난 5월부터 고령자에 대한 접종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백신 접종은 지난 15일 기준 32.4%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 접종이 진행될수록 전국 각지에서 ‘백신 부족 문제’가 터져 나와 일본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물량 부족 및 재고 관리 미숙으로 전국 현청 소재지 등 주요 도시 52곳 중 53%가 예약을 중지하거나 제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확진자는 계속 늘어 하루 4000명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 일본의 부활을 알리는 제전이 될 거라던 도쿄올림픽조차 스가 내각에는 재앙에 가깝다. 일본 정부와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경기장에 관중을 수용하려고 마지막까지 노력했다. 하지만 7월 초 코로나 재확산으로 개막 보름 전에야 떠밀리듯 무관중 올림픽을 최종 결정했다. 일본을 찾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잇따른 ‘실언’도 국민 반감을 부추겼다. 방일 뒤 첫 기자회견에선 일본인을 중국인이라고 잘못 불렀다. 지난 15일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유관중 올림픽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전날 코로나 확진자가 42일 만에 3000명대를 돌파한 가운데 나온 눈치 없는 발언이었다. 18일엔 도쿄 영빈관에서 바흐 위원장을 위한 환영 만찬도 열렸다. 40여 명이 참석하는 전례 없이 조촐한 규모였지만 일본 내 반응은 싸늘하다.

스가 내각 지지율에 결정타를 날린 건 ‘술’이다. 지난 8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은 긴급사태가 발령된 도쿄도에서 주류를 판매한 음식점 정보를 금융기관 등에 통보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코로나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음식점 업주들을 정부가 협박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13일 니시무라 경제재생상, 아소 다로 부총리, 스가 총리가 줄줄이 공개 사과하며 이를 철회했으나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올림픽, 시작하면 여론 반전?

일본 사회에선 올림픽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누구를 위한 올림픽이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병상 부족 문제가 예상되는데도 올림픽에 전담 의료진을 파견하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는 특별대우를 하는 정부 태도 때문이다. 관광객 증가 등 일반 국민이 기대할 수 있는 올림픽 특수도 사라진 지 오래다. 결국 올림픽은 일반 국민이 아닌 ‘상급(上級) 국민’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IOC 위원장 같은 일부 ‘귀족’을 위해 일반 국민만 희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방일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일단 올림픽이 시작되면 일본 국민은 환영해줄 것”이라고 했다. 가을 중의원 총선거 및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스가 총리와 자민당도 같은 기대를 품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올림픽 선수들을 보다 보면, 결국 부정적 여론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스가 앞길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 17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5%는 “스가 총리가 9월 임기까지만 자민당 총재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40%는 “빨리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응답자 85%는 스가 총리의 연임에 반대한 것이다.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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