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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이 지운 이 사진…50년전 카불은 단발에 미니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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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1970년대 사진엔 단발에 미니스커트

같은 샤리아여도 국가, 종파별 해석 다달라

집권 2기 탈레반의 변화 일성 두고 의견 갈려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며, 아프간 내 언론 활동도 독립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 단, 이슬람법 안에서.”(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

아프가니스탄 점령 후 나온 탈레반의 첫 일성은 집권 2기 이전의 억압적인 통제로부터의 ‘변화’였다. 다만 지난 20년간 탈레반의 집권층이나 교조 이념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의 목소리가 실제 인권 문제 등에 얼마나 반영될지 미지수다.

이들이 강조하는 샤리아(Sharia·이슬람 율법)가 국가별 자의적 해석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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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수도 카불의 1970년대 자유로운 시내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진.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프간 미군 증파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진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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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수도 카불 점령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슬람법의 틀 안에선 여성의 권리도 존중될 것”이라며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프간 내 민간 언론 활동도 독립적으로 이뤄지기를 원한다. 기자들이 국가의 가치에 반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앞선 여러 차례의 성명을 통해서도 ‘히잡’을 쓰는 등 샤리아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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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 시각)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첫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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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공식 석상에 얼굴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금의 탈레반은 온건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 중”이라며 “곧 새 정부의 고위지도자 자리에 오를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실용주의를 중요시하는 전략가”라고 설명했다. 이날 아프간에 돌아온 바라다르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탈레반 최고 종교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를 대신해 ‘실질적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각 종파와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샤리아 해석이다. 샤리아는 이슬람 제1경전인 꾸란을 중심으로 하디스(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 등을 더해 ‘신의 뜻에 따르는 올바른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탈레반과 같은 수니파이자 이들의 종주국 역할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천명하면서도 최근 들어 여성 인권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올해부터 성지인 메카에 여성 보안요원을 배치했고 지난 2018년에는 여성의 운전과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했다. 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내세우고도 집권층 의지에 따라 형태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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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메카 대사원 지키는 여성 보안요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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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대표적인 샤리아로 언급한 ‘히잡 착용’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해석이 있다. 인도계 미국 소설가인 사미나 알리는 ‘무슬림 여성의 히잡에 대해 코란에는 실제로 뭐라고 쓰여 있는가?’라는 지식공유 플랫폼인 테드 강연에서 “히잡의 본래 뜻은 ‘장막’ ‘구분’이라는 의미일 뿐 여성의 의복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었다”며 “이슬람교의 근본은 여성 억압이나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프간은 서구와 우호관계였던 1960~70년대 왕정 체제 당시 이슬람 사회 내에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프간에 대한 미군 증파를 결정할 당시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1972년 카불 사진이다. 흑백 사진 속엔 다양한 머리 모양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들에게 히잡보다 더 폐쇄적인 부르카를 입게 한 것은 탈레반이 해석한 샤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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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공원에 있는 텐트 안에서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이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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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가 시작되고 탈레반의 진격이 가시화된 지방 및 외곽 점령지에선 벌써부터 여성 인권 탄압의 증언들이 잇따랐다. 지난 6월 말 탈레반이 북부 타카르 지방의 루스타크 지역을 점령한 뒤 한 탈레반의 고위 인사는 주민들에게 “15세 이상의 모든 소녀와 40세 미만의 과부들은 탈레반 전사들과 결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카불 시내엔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있지 않고 택시기사들이 여성 승차를 거부한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BBC에 따르면 자신을 탈레반 대변인 무하마드 수하일 샤힌으로 소개한 남성이 BBC월드뉴스의 앵커 얄다 하킴과의 통화 인터뷰에서 ‘공개처형이나 사지 절단을 다시 도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법원의 판사들과 법에 달려 있다”라며 “판사는 미래 정부의 법에 따라 임명된다”고 언급했다. 1996~2001년 집권 당시 횡행했던 중세식 처벌을 다시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은 “아프간은 기본적으로 부족 단위로 돌아가는 국가고, 이에 대해선 탈레반도 지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처음부터 개입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소장은 “이념적 정체성이 곧 존재 가치의 전부이기에 탈레반이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만큼의 개선을 가져오진 못하지만, 집권을 위해선 민심과 서구의 눈치 모두 봐야 하는 상황이어서 전향적인 수준의 개혁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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