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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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의 권리를 존중한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탈레반이 여성을 탄압하고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아프간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고 거리에 나선 여성이 총격을 당한데 이어 한 여성이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맞아 죽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는 등 여성 대상 폭력 사건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아프간 북부 파르얍 지방에 거주하던 나지아(45·가명)가 지난달 12일 탈레반 반군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탈레반 반군은 나지아의 집 문을 두드리고 “15인분의 음식을 달라”고 요구했다. 나지아는 사망 전 사흘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러나 나흘째가 되자 나지아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 때문에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나지아의 딸은 “(엄마가) ‘가난해서 음식을 해 줄 여유가 없다’고 하자, 탈레반이 엄마를 구타하기 시작했다”면서 “소지하고 있던 총기(AK47)로 엄마를 때렸다. ‘그만 두라’고 소리치자 옆방에 수류탄을 던지고, 불길이 번지자 도망쳤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나지아는 끝내 사망했다.
탈레반 측은 나지아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CNN은 이 같은 탈레반의 입장이 현지 공무원들과 목격자들의 증언과 배치된다고 전했다.
CNN은 이어 “이 사건은 아프간 여성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위협의 예고편이다. 여성 권리 존중을 언급한 탈레반의 입장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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