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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내 소설 읽지 말라" 아프간 출신 美베스트셀러 작가 호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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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베스트셀러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 사진 할레드 호세이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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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세계적 소설가인 할레드 호세이니(56)도 반(反) 탈레반 목소리를 적극 내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소설 『연을 쫓는 아이』와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아프간을 점령한 강경파 무장세력 탈레반에 맞서) 아프간인을 구출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을 이해하겠다는 목적으로 내 소설을 (일부러) 읽지는 말아달라”고도 했다. 소설로 한 나라를 이해하려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에서다.



외교관 父 따라 美 망명…“생존자로서 죄책감”



호세이니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이란과 프랑스 등에서 살다가 1980년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미국으로 망명해 정착했다. 훗날 인터뷰에서 그는 “생존자로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망명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할레드호세이니 재단을 설립해 아프간 지원 사업을 펼치는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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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베스트셀러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 사진 할레드 호세이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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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된 후 틈틈이 소설을 써 2003년 『연을 쫓는 아이』로 이름을 알렸다. 이 소설은 120주간 NYT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아프간의 두 소년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소설로 전 세계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2007년 두 번째로 출간한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100주 넘게 NYT 베스트셀러를 지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소설 『그리고 산이 울렸다』 역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역시 아프간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다. 2018년엔 밀입국선 전복으로 익사한 3세 시리아 쿠르드계 난민 알란 쿠르디에 영감을 받은 단편 『바다의 기도』를 출간했다.

그는 그러나 수백만의 독자들이 아프간을 이해하겠다고 자신의 소설을 읽는 것엔 반대한다. 대신 “아프간을 정말 잘 아는 사람들이 쓴 역사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론을 통해 국제사회에 알려진) 아프간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폭력과 마약 거래, 탈레반에 관한 것이고,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관한 것”이라면서다. 그는 “아프간 사람들 그 자체에 관한 작고 소중한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 NYT 인터뷰 중 일문일답 요지.



“내 소설 읽지 말라…진짜 아프간 역사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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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사진 할레드 호세이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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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아프간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A : 2003년 초 아프간에 있었다. 그땐 여성의 권리 확보와 양성평등, 정치참여 등 민주주의가 정립된 모습이었다. 모든 게 기대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부정부패 같은 문제도 있었지만, 도시에서만큼은 모두가 안전하다고 느꼈다. 최근 몇 년간 그 희망이 줄어드는 듯 하더니 지난 며칠간 그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Q : 아프간을 이해하려면 뭘 읽어야 할까.

A : 역사책을 읽어야 한다. 아프간을 알기 위해 내 책을 읽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이 책들을 통해 아프간인들의 삶을 대표할 의도는 없었다. 사람들이 이보다 더 깊이 연구하고 실제 역사를 통해 아프간에 대해 더 많이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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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을 바탕으로 제작된 동명 영화 포스터 . 사진 할레드 호세이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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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책을 읽었다.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A : 내 책은 이야기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1980년부터 망명 생활을 한 사람(내 자신)의 이야기다. 살만 루시디(인도 출신 영국 유명 소설가)는 ‘고향을 바라보는 망명자의 시선은 깨진 거울을 통해 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오랫동안 아프간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분명한 관점을 갖고 그 땅과 문화, 역사와 유산, 사람들과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 내 책이 언론에서 보이는 탈레반, 전쟁의 이미지를 벗어나 아프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아프간은 아름답고 친절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다.

Q : 이 기사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의 표적이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미국의 제품을 사고 미국의 목표를 따랐다.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 평화로운 국가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용감했다. 우리의 ‘파트너’(미국은 20년 동안 아프간인들을 ‘파트너’라고 불렀다)들이 살해당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우리가 떠난 지금 그들은 맞고, 고문당하고, 박해당할 것이다. 여러분의 지도자에게 이 사실을 분명히 촉구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구출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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