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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기라도 살려달라" 철조망 너머 던진 엄마…군인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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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카불공항에서 미군이 아프간인의 요청에 아기를 구조하는 모습. SNS 영상 캡처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이 쉽지 않자 엄마가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높고 날카로운 철조망 너머로 아기를 던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기 위해 영국군이 지키는 호텔 앞에 아프간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호텔에서 3m 이상 돼 보이는 철조망에 막혀 진입이 어려워지자 일부 아기 엄마들은 철조망 너머에 서있는 군인들에게 아기를 던졌다.

이 호텔은 영국이 자국민과 관계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군인들이 지키게끔 한 곳이었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아기라도 살려달라’며 아기들이 군인들에게 던져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 군인들은 철조망 앞에서 모인 군중들에게 아기를 받는 모습도 포착됐다.

아기들은 운 좋게 영국 군인이 손으로 받아내기도 했지만, 일부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철조망 위에 걸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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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이 지키는 호텔의 철조망 너머에서 군중이 머리 위로 아기를 옮기는 모습. 이 호텔에서는 엄마들이 아기를 철조망 너머로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SNS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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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장에 있었던 영국군 관계자는 “아프가니스탄 엄마들은 절박했다”라며 “’내 아기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외치며 철조망 너머로 우리들에게 아기를 던졌다”라고 전했다. 이어 “던져진 몇몇 아기는 철조망 위에 떨어져 끔찍했다”며 “밤이 되자 모든 부대원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수도 카불 공항에서는 아프간 시민들이 자신의 아이라도 먼저 대피시키려는 절박감에 공항 벽 너머에 있는 미군에게 아이를 보내는 상황도 발생했다.

공항에서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군중을 해산시키려는 총성이 난무했고, 현장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나오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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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공항에서 미군이 아프간인의 요청에 아기를 구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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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모든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가 활주로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운항이 재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항에 진입조차 못 하는 이들도 많았다.

공항은 미군이 통제하고 있지만, 공항으로 가는 검문소 등은 무장한 탈레반이 장악해 아프간인들의 출국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탈레반은 카불을 장악한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외국군에 협조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포용과 변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시위대와 언론인, 여성을 향해 총을 겨누고 대대적인 탄압에 나서면서 공포정치가 20년 만에 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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