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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11명 아이 둔 美 여성 학자, 아프간 ‘소녀 로봇팀’ 10명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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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앨리슨 르노(가운데)와 아프간 로봇 공학팀 소녀들. 앨리슨 르노 페이스북 캡처


11명의 자녀를 둔 미국의 한 여성 학자가 아프가니스탄 소녀 10명을 구출해냈다.

19일 미국 N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관계학과 우주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앨리슨 르노(60)는 이달 초 아프간 소녀 로봇팀 10명을 구조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르노는 비영리 기구 ‘화성 탐사(Explore Mars)’ 이사회에서 일하던 2019년 한 콘퍼런스에서 이들 아프간 소녀들을 만났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들 로봇팀 소녀들은 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간의 미래이자 9.11 테러로 인한 미국의 침공 이후 여성 권리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서방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성차별이 심한 이슬람 국가에서 16~18세 소녀들로만 로봇 공학팀이 꾸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팀을 아시아 30세 이하 30대 과학자 및 발명가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르노는 이달 초 여성을 억압하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소녀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는 소녀들을 돕기로 결정하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짐 인호프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인호프 의원은 이미 아프간 내 미국인을 돕는 일이 바빠 르노를 도울 겨를이 없는 상황이었다.

중앙일보

아프간 로봇 공학팀 소녀들. 앨리슨 르노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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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노는 과거 룸메이트가 카타르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는 이후 룸메이트에게 전화를 걸어 소녀들을 구출해내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 카타르로 날아갔다.

르노는 카타르에 도착해 수천km 거리에 있는 소녀들의 여권을 모두 모았고 그의 룸메이트는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전력을 다했다.

두 사람의 노력 끝에 아프간 로봇팀 소녀들은 한 차례 비행 취소 후 카불 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 카불 공항은 탈레반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로 혼돈 상황이었다.

르노는 “당시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었을 뿐”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급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그들을 위한 2주간의 노력이 지난 후 모든 감정이 밀려왔다”고 했다.

현재 소녀들은 카타르 도하를 거쳐 현재 미국 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고등 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르노의 설명이다. 르노는 페이스북에 “이 소녀들이 정착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르노는 아프간에 남은 25명의 다른 소녀들 역시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르노는 미국 오클라호마에 살고 있으며 2남 9녀의 자녀를 뒀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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