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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戰 설계자’ 럼즈펠드 장례식… 추도사에 아프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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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선 도널드 럼즈펠드 전(前) 미국 국방장관의 장례식과 안장식(安葬式)이 열렸다.

2001년 9‧11테러 때 국방장관이었던 럼즈펠드는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주도한 네오콘(neocons)들과 함께, 그 해 10월7일 미사일 공격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다. 2년 뒤인 2003년 3월엔 이라크로 전쟁을 확대했다. 포드 행정부 때도 국방장관(1975~1977)을 지낸 럼즈펠드는 6월29일 88세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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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알링턴 국립묘지 내 채플에서 열린 장례식과 안장식 일정은 럼즈펠드 유가족이 오래 전에 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때마침 아프간 전쟁에서 탈레반 세력이 승리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장례식은 미국이 진 20년 전쟁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듯 했다”고 표현했다.

이날 행사엔 딕 체이니 전 부통령과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副)장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개전(開戰) 당시 미 합참의장이었던 리처드 B 마이어스, 럼즈펠드 장관의 공보보좌관과 대변인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로이드 J 오스틴 현 국방장관, 마크 A 밀리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추모사에서 전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빅토리아 클라크는 “럼즈펠드는 ‘묘지엔 꼭 필요한 사람들로 가득 하다’고 했는데, 오늘 알링턴 묘지엔 정말로 꼭 필요한 사람이 묻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펜타곤(국방부 건물)이 9‧11 테러 공격을 받았을 때, 우리 대부분은 건물에 머물며 무슨 일인가 했지만, 그는 바로 나가서 사태를 파악하며 구조를 도왔다”고 했다. 납치된 여객기가 펜타곤 건물의 서쪽에 충돌하면서, 탑승객 64명이 숨졌다. 그는 또 “럼즈펠드가 복도에서 심하게 뒤틀린 종이 클립을 주워선 회의 내내 만지작거리더니 나중에 그 클립으로 메모를 보내며 ‘납세자의 돈을 줄였다’고 썼다”고 회고했다.

포드 행정부 때 럼즈펠드의 도움으로 백악관에 첫발을 디뎠고 평생의 친구가 된 딕 체이니(80)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럼즈펠드를 제치고 록펠러 가문의 넬슨 록펠러를 선택했던 때를 회고했다. “록펠러의 수행원이 탄 많은 차량과 비행기들이 뉴욕 시에서 워싱턴 DC에 도착하는 것을 보면서, 럼즈펠드는 내게 ‘록펠러는 저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는데, 내게 있는 건 체니, 당신뿐이야’라며 서로 웃었다”고 소개했다. 체니는 “그가 나를 신뢰했기에, 나는 이후 상상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다시 볼 때까지, 굿바이, 오랜 벗이여”라고 했다.

이날 여러 사람이 생전 ‘러미(Rummy)’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나 유머 감각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공보 보좌관이었던 래리 디 리타는 NYT에 “오늘 행사는 럼즈펠드와 그의 생애가 아닌, 당시의 특정한 이슈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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