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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손태승 DLF중징계 밀어붙인 윤석헌…'금감원 패소' 자충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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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금융감독원의 무리수가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징계 소송' 패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법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중징계한 금감원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제재 이유로 삼은 '내부통제 준수의무'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강우찬, 위수현, 김송)은 27일 "금감원의 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수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한다"며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문책경고'(중징계)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승소 판결했다.


금감원, 내부통제 미준수로 중징계 관철, 법원 "징계위법, 취소하라"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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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DLF 불완전판매를 두고 지난해 1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결정을 내렸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앞으로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을 제한받는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을 제재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재임 시절의 일이다.

하지만 법원은 "우리은행과 손 회장이 내부통제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는 제재 사유도 아니고, 재판에서 문제된 쟁점도 아님을 분명히 한다"며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특히 "금감원이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한 탓에 (제재가) 인정되지 않게 됐다"며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등 '준수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임직원에 대해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지배구조법령상 금융회사나 임직원을 징계하려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여부를 갖고 판단해야 하는데 금감원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준수 의무' 위반을 주된 처분 사유로 구성해 무리하게 징계했다는 것이다.


징계 결정 당시부터 '금융위 패싱' 논란...CEO 징계 위한 무리수 지적

법원의 이번 판단은 금감원 징계 결정 당시 금융업계는 물론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지적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컸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당시 금융사 CEO 징계를 주도한 윤 전 원장이 금융위를 '패싱'하고 금감원장 전결 조항을 찾기 위해 무리하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 미흡을 근거로 제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에선 법원이 판시한 것처럼 지배구조법을 적용할 경우 법적 근거 미비로 금융회사 CEO 중징계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DLF 불완전 판매를 문제 삼으려면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금융위를 거쳐 중징계해야 하는 만큼 금감원이 징계 수위 관철을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무리수가 금융당국의 제재 권한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신뢰성을 훼손하는 자충수로 돌아온 셈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위 패싱 논란이 빚어지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불편해 한 것도 이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우리금융 CEO의 연임이 달린 중요한 결정에 금융위가 배제된 데대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이긴 하지만 이날 법원의 판결로 금융당국의 금융사 CEO 제재 당위성은 상당 부분 힘을 잃을 전망이다. 손 회장과 같은 이유로 금감원과 송사를 진행 중인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NH투장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등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PEF) 사태에 연루된 증권가 CEO 징계 수위 확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금감원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판단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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