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25일 밤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레드카펫이 깔린 전세기에서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공항에는 시민들이 대거 몰렸고, 현지 언론은 멍 부회장의 귀국 과정을 생중계하며 `국빈급` 대우에 나섰다. [신화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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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49)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함에 따라 3년간의 가택연금 상태를 마치고 전격 석방됐다. 멍 부회장 체포 사건에 얽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돼 있던 캐나다인 2명도 이날 멍 부회장 석방 직후 풀려났다. 대중 견제를 목표로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정상이 백악관에서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한 날 멍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새로운 미·중 관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멍 부회장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하는 기소 연기 합의(DPA)에 도달했다. 이 합의에 따라 미 법무부는 피고인이 특정한 합의 조건을 지킬 경우 일정 기간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유보하게 된다. 멍 부회장이 합의 사항을 이행할 경우 그에 대한 사기 등 형사고발은 2022년 12월 1일 기각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멍 부회장은 바로 중국으로 향했다. 멍 부회장은 중국 정부가 마련한 캐나다발 에어차이나 전세기 편으로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 25일 밤 도착했다. 선전은 화웨이 본사가 있는 곳이다. 멍완저우는 화웨이 창립자인 런정페이의 장녀이자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중국 방송사들은 멍 부회장의 귀국 과정을 생중계하며 '영웅 대접'을 했다.
공항 활주로에는 시민들이 중국 국기를 흔들며 멍 부회장을 맞이했고 멍 부회장은 외국 국빈처럼 트랩을 타고 전세기에서 내려와 꽃다발을 전달받았다. 공항에 모인 사람들이 중국의 유명 애국 가곡을 선창하자 멍 부회장도 따라 불렀다. 신화통신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는 멍완저우 관련 문구가 인기 검색어 상단을 모두 차지했고 웨이보에서는 '#멍완저우가 가슴에 국기 휘장을 달았다#'는 해시태그가 4억2000만건의 조회 수를 올렸다. 이 같은 환대는 중국 국민이 멍 부회장을 미국의 억압에 희생된 무고한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멍 부회장은 귀국 직후 성명을 통해 "위대한 조국과 인민, 당과 정부의 관심에 감사하다"며 "보통의 중국인으로서 조국이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그는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이 관심을 가져준 것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며 "강대한 조국이 있기에 지금 내 자유가 있다"고 했다. 중국 언론들은 멍 부회장의 귀환을 "중국 인민의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6일 논평을 통해 "멍완저우 사건의 본질은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려고 한 것"이라며 "어떤 힘도 우리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고, 어떤 힘도 중국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멍 부회장의 석방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황징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정치적 사건이 미·중 양국의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됐다면서 "이번 일이 미·중 간 수년간의 분쟁에도 여전히 협력의 공간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미 강경 메시지를 주로 내놨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인도 자신의 웨이보에서 "멍완저우의 석방이 미·중 관계에서 상징적인 진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아울러 국제 질서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이 멍 부회장의 석방 직후 중국에 억류돼 있던 캐나다인 2명을 석방한 것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도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중국 당국이 2년 반 이상 독단적으로 억류했던 캐나다 시민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리그를 석방한 것에 대해 국제 사회와 함께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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