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 의혹부인 정면돌파 시도, 李지사의 전략·셈법은
이 지사는 이날 서울 공약발표회에서 “성남시 공무원과 산하기관 소속 임직원의 관리 책임은 당시 시장인 제게 있는 게 맞는다”며 “살피고 살폈으나 그래도 부족했다”고 했다. 이 지사가 직접 대장동 의혹에 대해 관리책임을 인정하며 유감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사는 그러나 이번 사건이 ‘개인 일탈’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전 직원이 뇌물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 “노벨이 화약 발명했다고 알카에다의 9·11테러를 설계한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 개인의 일탈로 사퇴하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가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상식과 원칙에 따라 얘기해 달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비리와 자신을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유씨가 측근이냐’는 질문에 “시설관리공단 관리원으로 (처음에) 들어온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객관적으로 제 선거를 도와준 것은 맞는다. 나름 조직 관리 역량이 있어서 (성남시의) 시설관리공단 관리원으로 (처음에) 들어왔다”며 “측근의 개념이 뭔지 모르겠다. 측근의 기준이 뭐냐”고 했다. 그러나 유씨는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가 된 뒤엔 차관급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또 “(대장동 입찰에 참가했던) 산업은행이 100억이라도 더 줬으면 안 떨어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모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은 화천대유의 김만배씨 등이 이미 사전에 짠 각본대로 이뤄졌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지사가 특혜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대장동 의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지지율 때문으로 보인다. 사건 초기만 해도 이 지사 캠프에선 대선 경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지사의 선제적인 사과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내부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사가 지난 주말 열린 인천과 부산·울산·경남, 제주 경선에서도 잇따라 압승을 하고, 오히려 득표율이 58%까지 올라가면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정면 돌파’ 분위기는 더욱 확고해졌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는 지금껏 수많은 의혹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지지율은 상승했다”며 “이재명은 정말 ‘맞을수록 강해지는’ 후보”라고 했다. 또 강경 대응을 통해 흔들리는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 등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경기도청에선 “개발 이익 더 환수 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고 (국민의힘에서) 배임이라고 한다. 그게 어떻게 배임이 되느냐”며 “자기들(국민의힘)이 매번 해먹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을 배임·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그러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시의 출자로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유 전 본부장 혼자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지사가 “어떻게 배임이 되느냐”고 한 것은 검찰을 향해 ‘사실상 여권 대선 후보인 나를 엮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이날 국민의힘을 겨냥해 “도둑이 경비원을 보고 ‘왜 도둑을 완벽하게 못 막았느냐’고 비난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방해를 뚫고 그나마 5500억원을 (성남시가) 환수했기 때문에 (대장동 개발은) 칭찬받을 일”이라고 했다.
[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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