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방콕서 군주제 개혁 요구 시위 열려
형법 112조 폐지 요구···“표현의 자유 없다”
태국의 한 시민이 31일 방콕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의상을 입고 “형법 112조를 없애라. 두려움을 없애라. 무관심을 없애라. 절망을 없애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일인시위에 나섰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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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수도 방콕에서 지난달 31일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열렸다. 외국인 관광 재개를 앞둔 태국 정부가 ‘국가 망신’이라는 이유로 시위를 틀어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시위 소품으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의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날 민주화 시위대 수천명이 방콕의 거리로 쏟아져나와 군주제 개혁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태국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재개된 것은 지난 8월 이후 거의 석 달 만이다. 태국 정부가 1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63개국 외국인 관광객에게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자 시민들도 거리로 나선 것이다.
시위대는 태국 형법 112조 왕실 모독죄 폐지를 요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태국에서 2014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지금까지 최소 145명이 형법 112조 위반으로 기소됐다. 지난 1월에는 한 60대 여성이 페이스북에 군주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역 4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시위 참여자는 “우리에게는 형법 112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없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말했다.
시위에는 다양한 소품과 의상이 등장했다. <오징어 게임> 의상을 입은 한 시민은 “112조를 없애라. 두려움을 없애라. 무관심을 없애라. 절망을 없애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일인시위에 나섰다. 연주자들도 방콕 거리에서 ‘112조 반대’ 스티커를 붙인 드럼을 연주했다.
한 20대 시위 참가자는 “독재와 군주제에 머물면 우리 미래가 없다”면서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싶고, 정부가 국왕이 아닌 우리를 위해 일하기를 원한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19세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기 바란다”면서 “태국은 결코 ‘미소의 나라’가 아니라 ‘거짓의 나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지난 8월 방콕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갔다가 숨진 15세 소년 와리트 솜노이 사건의 진상 규명도 요구하고 있다. 방콕의 한 경찰서 앞에서 총에 맞은 솜노이는 위독한 상태에서 두 달여간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다가 지난달 26일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은 태국 경찰이 솜노이에게 총을 쏘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를 의심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1일부터 외국인 관광을 재개한 전국 17개 지역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비상 명령을 내렸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지난달 29일 “이런 시위 사진은 외국 언론에 매번 노출된다”면서 거리 시위로 태국의 이미지를 망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현지 매체 타이인콰이어가 전했다.
태국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시민단체 ‘탐마삿과 시위연합 전선’(UFTD)은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이 아니라 시위대를 구체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비상 명령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국의 시민 수천명이 31일 수도 방콕에서 형법 113조 왕실 모독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방콕|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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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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