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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 소녀 본딴 키 3.5미터 꼭두각시 인형의 ‘엄마 찾아 삼만리’ [사진으로 보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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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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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말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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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시리아 난민 소녀 ‘아말’이 엄마를 찾기 위해 터키 난민촌을 출발해 8000㎞를 걸어 영국에 도착했다. 유럽 각지를 걸으며 소녀는 환대를 받기도 했지만, 극우주의자들의 욕설과 계란 세례를 견뎌야 했다. 아말은 진짜 사람은 아니다. 시리아 난민 소녀를 본딴 키 3.5m의 거대 꼭두각시 인형이다. 아랍어로 ‘희망’을 뜻하는 이름처럼 이 인형은 엄마를 찾고 희망을 얻었을까.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4개월에 달하는 아말의 여행을 소개했다.

‘리틀 아말’은 지난 7월27일 터키 가지안테프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실제 시리아 난민들의 여행 경로인 그리스,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거쳐 영국까지 약 8000km를 횡단하는 여정이었다. 난민과 인권 문제를 조명하는 예술단체 ‘굿찬스’가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미국, 영국을 비롯해 유럽, 터키 등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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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말이 지난 10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모습을 드러냈다. 글래스고|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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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예술가들이 시리아 난민 소녀의 움직임을 그대로 본따기 위해 8살 팔레스타인 소녀 타마라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타마라의 아버지이자 팔레스타인 연극 감독 아미르 니자르 주아비도 이번 프로젝트에 예술감독으로 함께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형 극단 ‘핸드스프링 컴퍼니’가 인형을 제작했다. 거대 인형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대 4명이 동시에 힘을 합쳐야 했다. 한 명은 인형의 몸에 들어가고, 두 명은 인형의 팔을 지지하고, 나머지 한 명은 인형을 뒤에서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굿찬스는 2015년 유럽 전역에서 시리아 난민 인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술가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단체다. 난민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룬 연극 ‘더 정글’을 만들어 미국 뉴욕 브루클린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 굿찬스는 이 연극을 바탕으로 리틀 아말이 주인공인 프로젝트 ‘더 워크’를 기획했다.

‘더 워크’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린 아말이 엄마를 찾기 위해 홀로 8000㎞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유럽 전역을 걸으며 아말이 겪는 일들이 곧 이야기가 된다. 굿찬스의 디렉터 데이비드 렌은 “9살 난민 소녀가 홀로 엄마를 찾아나서는 여정은 외롭고 두렵겠지만 사람들을 만나며 희망과 기쁨을 나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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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말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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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말은 유럽 대륙을 횡단하면서 환영을 받기도 했지만, 많은 난민들이 겪는 적대를 당하기도 했다. 방문하는 도시마다 수천명의 지역민이 함께 행진하기도 했고 이탈리아에 방문했을 때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만났다. 특히 유럽 전역에 사는 난민들이 리틀 아말을 환영했다. 렌은 “소외감을 느끼던 난민들이 자신의 자녀를 만나는 것처럼 아말을 반겼다”며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리틀 아말은 극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거나 아예 도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저지 당하기도 했다. 정교회 수도원이 있는 그리스 북부의 칼람바카를 지날 때 마을 의회는 “시리아에서 온 무슬림 인형을 받지 않겠다”며 리틀 아말의 행진을 거부했다. 그리스 중부 라리사에서는 마을 아이들 300여명이 환영 행사를 위해 모였지만 극우주의자들이 나타나 인형을 향해 돌과 계란을 던졌다.

리틀 아말은 지난 3일 종착지인 영국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여행의 종착지에서는 아말의 어머니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딸아, 집에서 멀리 떠나왔구나. 네가 자랑스럽다.” 엄마를 찾아 나선 아말은 여행을 끝냄과 동시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10일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모습을 드러냈다. 굿찬스 측은 “세계의 어린이들이 마땅히 물려받아야 할 세상을 지키기 위해 글래스고에 왔다”고 했다. 프로젝트 예술감독을 맡은 주바이는 “사람들이 아말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다만 아말 같은 난민 소녀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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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말이 지난 3일 여행 종착지인 영국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맨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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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말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트서에서 제레미 코빈 전 노동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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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말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켄트 포크스톤에 도착했다. 켄트|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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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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