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52 장영실상 제정 당시 우리나라 기업연구소는 1000여 개에 불과했지만 2010년 2만개를 돌파했다. 2020년 말에는 4만2000개로 늘었다. 30년간 42배나 늘어난 것이다. IR52 장영실상의 주요 수상 분야를 살펴보면 국내 산업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991~1997년은 대한민국이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한 자립적 성장 기반을 구축한 '전환기'다. 한국은 조선·자동차 산업의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선박 수주 세계 1위(1993년)를 달성하고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1995년)에 진입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보기술(IT) 등 신기술에 몰입했다. 정보통신 분야의 IR52 장영실상 신청과 수상 실적도 덩달아 늘어났다. 무선 이동통신 기술인 CDMA 기술과 관련된 수상들은 향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통해 '통신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기반이 됐다.
2002년부터는 지식기반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면서 한국 산업 역시 '고도화 성장'이 가속화됐다. 특히 TFT-LCD 등 디스플레이 관련 수상기술이 급등하며 디스플레이산업 발전 속도가 가팔라졌다. 세계 최초로 무선휴대인터넷(WiBro)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면서 2세대를 넘어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선도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IT·바이오(BT)·반도체(NT) 등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는 모습을 보인다. 제약산업에서는 바이오시밀러와 백신, 표적항암제 등 기초연구개발을 넘어 실제 성과가 속속 나타났다. 스마트폰 일체형 폴리머 전지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장영실상 수상 제품을 보면 현재 한국의 위상과 향후 나아가야 할 길을 볼 수 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전기차·자율주행과 관련된 수상기술은 20가지가 넘는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기술 수상까지 합치면 숫자가 배로 늘어난다. 안티에이징·탈모 샴푸·미백 화장품 등의 수상작은 현재 진행형인 K뷰티 열풍을 보여준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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