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사망 현장 미리 침입해 증거 훼손 의심…중한 범죄"
피고인측 "볼썰기는 장난·현장 침입은 구호조치…무죄 선고해야"
지난달 A하사 성추행 사망사건 브리핑하는 군인권센터 |
공군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재판장 권상진 대령) 심리로 2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군 검사는 군인 등 강제추행,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주거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준위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또한 폭처법위반(주거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 모 원사에겐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다.
군 검사는 "피해자의 상관인 이 준위는 장난이라는 명목으로 여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는 등 추행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피고인의 주거침입 등의 행위로 인해 유족은 피해자가 어떤 경위로 사망했는지 평생 알 수 없는 상태로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결과가 초래된 만큼, 추행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사 또한 피해자 숙소에 침입해 현장이 훼손되는 데 관여했다"며 "다만 당시 긴급 구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범행한 점을 참작해 벌금형을 구형했다"고 덧붙였다.
이 준위는 지난 3월에서 4월 한 손으로 볼을 잡아당긴 채 다른 손으로 써는 듯한 행동을 하는 이른바 '볼 썰기'로 A하사를 2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5월 11일 오전 8시께 A하사가 영외 숙소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할 당시 군사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채 직접 현장에 들어가 물건을 만지는 등 현장을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원사는 당시 방범창을 떼어 내 이 준위가 내부로 들어가게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찢겨 나간 노트가 발견됐으나, 이 준위는 "내부에서 만진 A4 용지는 유족 측이 주장하는 노트와는 다른 곳에 있던 종이였을 뿐"이라며 증거 훼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준위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피고인의 볼 썰기 행위는 의도와 당시 상황, 피해자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추행으로 볼 수 없다"며 "또한 주거침입은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당시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만큼 범죄 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 피고인에 적용된 모든 공소사실은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입증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준위는 "볼 썰기는 피해자가 잘못했을 때 혼내지 않고 장난스럽게 경고하는 차원에서 한 행동일 뿐"이라며 "볼을 쓰다듬은 것도 아니고 단지 장난스럽게 경고하는 차원이었는 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져 너무 힘들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볼을 만지는 것은 추행이고, 볼 썰기를 한 것은 추행이 아니라는 생각이나, 남군이나 여군 모두에게 똑같이 경고할 때 볼 썰기를 했으니 잘못한 게 아니라고 하는 것은 성 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A하사의 아버지는 "피고인들은 경미한 추행에 주거침입, 재물손괴를 저질렀다고 봐선 안 된다"며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기에 사망한 딸의 집 안에 수사관보다 먼저 들어가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없애 사망의 원인조차 미궁에 빠지게 만든 중한 범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A하사 성추행 사망사건은 지난달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가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 발생 당시 공군이 또 다른 성추행 사망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군 당국이 A하사가 숨지고 한 달 뒤 '스트레스성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고 이후 이 준위의 강제추행 혐의가 이미 드러났음에도 은폐했다가 뒤늦게 기소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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