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5일 오전 쇄신안 발표 기자회견
소규모 실무형 선대본부만 남겨
‘홀로서기’하며 당 중대 국면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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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선거대책위원회를 전격 해산하는 선대위 쇄신안을 확정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자동으로 해촉 수순을 밟는다. 선대위 개편을 두고 최종 결단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홀로서기’를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윤 후보의 결정에 따라 국민의힘은 대선 전략과 당 내분 정리의 방향타가 바뀌는 중대 국면에 다시 들어서게 됐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자택에 머물며 고심한 끝에 이같은 내용의 쇄신안을 확정했다고 선대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후보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쇄신안 키워드는 ‘전체 해산’과 ‘홀로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선대위를 없애고 소규모의 실무형 선대본부만 남기는 방식이다. 선대위 해산과 함께 김 위원장을 포함한 선대위원장급 인사들도 자동으로 해촉된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도 해촉되고 홀로서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쇄신안 확정 전까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선대위 재편 구상에 들어갔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는 자택에서 심사숙고 중”이라고 전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주변에서 의견을 제시할 단계는 지났다”면서 “어떤 체제가 효율적인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되는지 후보가 숙고에 들어간 걸로 안다”고 했다.

윤 후보의 고심 과정에서 당내 쟁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누구 손을 잡고 누구 손을 놓을지에 모였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의 관계 설정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김 위원장의 ‘원톱 직접통제형’ 개편안을 전부 받아들이면 김 위원장과의 추가 갈등 없이 사안을 수습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지만, 쇄신 주도권이 김 위원장에게 쏠리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혔다. 윤 후보는 이미 쇄신 작업의 첫 돌을 놓을 기회를 잃었다.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이탈로 쇄신 불씨를 당기고, 김 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을 깜짝 발표해 결단으로 내몰린 상황이었다. 쇄신 과정에서 윤 후보 자신의 색을 내지 못하면 향후 대선 과정에서 후보의 아우라를 잃을 우려도 거론됐다.

이날 종일 선대위 안팎에선 윤 후보가 김 위원장과 결별을 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윤 후보 입장의 기본은 사표를 낸다면 책임이 큰 사람(총괄선대위원장과 상임선대위원장)부터 먼저 나가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가령 회사에서 직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해도 ‘버티겠다’는 사람이 있지 않나. 후보는 한 번 내린 결정은 잘 안 엎어버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인사는 “이대로라면 정치적 부담이야 있겠지만 김 위원장과 같이 안 가는 방향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김 위원장과의 결별설에 거리를 두는 목소리도 있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같이 가는 것은 상수이고 (결별은) 금시 초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쿠데타’를 언급했단 보도에 대해서도 “윤 후보가 화가 난 것은 맞지만 가공된 단어 같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을 쳐낼 경우 선대위 절반은 떨어져 나가고 이 대표 등의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면서 “후보가 (김 위원장 안을) 안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윤 후보의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당사에서 따로 선대위 재편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보다 후보가 더 답답할 것”이라며 “후보가 빠른 시일 내 결정한다고 했으니 오늘 내일 사이 결말이 날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배제설’에는 “그런 건 나와 관계 없다. 그런 질문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선대위의 대폭 구조조정이 현실화하면서 인력과 구조 면에서 ‘윤석열표’가 얼마나 유지될 지도 주목된다. 실무형 선대본부에 어떤 인사들이 배치될 지에 따라 선대위 색깔이 바뀔 수 있다. 앞서 ‘김종인안’이 현실화할 경우 윤 후보를 일찍부터 도운 측근 인사들은 선대위 중심에서 밀려날 거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총괄본부를 신설하면서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전면배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을 맡은 권성동 사무총장은 사무총장과 선대위 직책 등 거취를 윤 후보 결단에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시대준비위원회의 향방도 관전 포인트다. 윤 후보는 정치참여 선언부터 반문재인연대 빅텐트를 강조했다. 선대위도 통합형으로 꾸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후보 직속으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새시대준비위원회를 둔 것도 그 연장선이다. 국민의힘과 거리가 있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인사들을 끌어모으는 기구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김한길 위원장이 전날 사의를 밝히면서 새시대준비위는 존폐 기로에 섰다. 새시대준비위 개편 여부에 따라 반문재인연대 빅텐트 구상의 진로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정인·유설희·문광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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