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인근 국가 지도. 가운데 파란색 원이 수도 키예프이고 왼쪽 빨간색 점이 르비브이다. |구글 지도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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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서쪽에 있는 도시 르비브로 임시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높아지면서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미국 인력들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대사관을 폴란드 국경 인근 지역으로 옮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설명에서 “러시아 병력의 극적인 증강으로 인해 키예프의 대사관을 임시로 르비브로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르비브는 키예프에서 동쪽으로 약 530㎞ 떨어져 있으며, 폴란드 국경으로부터는 약 70㎞ 거리에 있는 도시다. 르비브에서 키예프까지는 차량으로 이동시 6~7시간이 걸리지만 르비브에서 폴란드 국경까지는 차량으로 한시간 남짓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CNN방송에 따르면 폴란드에는 미군 5700명이 주둔 중이며, 최근 미국 정부는 폴란드에 미 육군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여단 병력 1300명과 3000명을 잇따라 폴란드로 파견 명령을 내렸다.
미국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의 가족과 비필수 인력에 대해 철수 명령을 내렸으며,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민에 대해서도 민간 운송수단을 이용해 대피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대사관 임시 이전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급습은 대량 폭력과 대량 파괴를 수반할 것이며, 인명 손실은 미국인과 우크라이나인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르비브로의 이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업무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이런 신중한 사전 경계 조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과 헌신을 결코 약화시키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도달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라면서 “상황이 허락되는 대로 우리 인력을 (키예프의) 대사관으로 복귀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크리스티나 크비엔 우크라이나 주재 대리대사는 르비브에서 근무할 것이며, 키예프의 미국 대사관 건물은 우크라이나 경찰이 보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국무부가 의회에 보고한 문건을 인용해 키예프 주재 미국 대사관이 르비브로 이전하면서 일부 민감한 정보가 담긴 문서들을 지침에 따라 파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 국경 지역에 13만명에 달하는 병력을 집결시킨 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영구 금지 등 안전보장책을 미국 등 서방에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지금 당장이라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 유럽 지도자들과 화상회의에서 러시아가 오는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각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외교관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권고하는 등 대비 태세를 높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 소재 한국인들에게 우크라이나를 하루 속히 떠나라고 권고한 상태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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