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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美 비판하지만… 러 우크라 침공 시 자국 피해 더 걱정하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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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등 수뇌부, 대응 방안 논의

    서방 제재에 따른 中 피해 저울질

    러 영향력 확대 시 입지 축소 고민

    세계일보

    시진핑 중국 주석.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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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자국의 경제·안보적 피해를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가장 큰 우려를 하고 있는 셈이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후 중난하이(중국 수뇌부 거주지)에서 격리 중인 시진핑 국가 주석 등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 지원시 중국이 입을 피해에 대해 집중 논의중이라고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수뇌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중국이 직면한 실질적인 피해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 중이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영향력 확대에 따른 중국의 입지 축소를 동시에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침공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러시아를 도울 경우 중국에 영향을 미칠 미국의 금융 및 무역 제재 위험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의 은행들은 국제 금융 거래를 위해 세계 금융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 스마트폰과 전기 자동차 제조사들 또한 미국의 반도체와 첨단 기술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화웨이 등 중국의 대기업들이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중국이 유럽 안보 문제에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유럽연합(EU)과 소원해지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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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가 훈련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했던 군대들을 잇달아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훈련 뒤 철수하는 러시아 서부군관구 소속 전차부대.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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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되면 구소련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를 대체하려던 중국의 잠재적인 노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석유와 가스의 공급처를 다양하게 확보하기 위해 구소련 지역인 중앙아시아에 방대한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주요 참여국으로 국영 전력 및 건설 회사가 최근 몇 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2020년 중국과 우크라이나는 일대일로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건전하고 안정적인 양자 관계를 증진’할 것을 약속했다.

    미국외교협회 칼 민츠너 중국선임연구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의 주요 골칫거리”라며 “구소련 땅에 대한 러시아 개입은 중국의 중앙아시아 에너지 파이프라인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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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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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건국 후 저우언라이 총리의 ‘평화공존 5대 원칙’을 통해 어떤 나라의 침략이나 다른 나라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오랜 외교정책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중러회담은 중국 외교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해 중국 내부에서도 불안을 불러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지난 4일 정상회담을 한 뒤 나토의 동진(확장) 중단 촉구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중·러간 밀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키웠다.

    존스홉킨스 대학 세르게이 라드첸코 국제관계교수는 “중국이 나토 확대에 반대하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은 비용이 들지 않는 일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직면하게 될 제재를 중국이 돕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관영매체 등을 동원해 서방이 주장한 ‘16일 침공설’이 틀리자 “미국의 파렴치함과 황당함을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매체들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고 우크라이나도 정세가 심각하지 않다고 했음에도 미국 등은 전쟁이 곧 발발할 것처럼 선전하며 심지어 정확한 전쟁 발발 시점까지 예측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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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지난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야시온카 공항에 도착한 미군들이 C-17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제슈프-야시온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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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미국이 침공설을 꺼낸 것은 유럽의 정세를 긴장시키고 러시아와 유럽 관계를 악화시켜 EU의 전략적 자율성 경향을 타격하려는 의도”라며 “많은 사람이 이번 일로 인해 미국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면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신도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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