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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바이든은 왜 ‘러 침공설’ 강조할까[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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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로 특정한 16일(현지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침공설을 줄곧 부인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원치 않고 협상할 것”이라면서 병력 일부를 원대복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적어도 4가지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러시아의 침공설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러시아를 침공 대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협상 유도전략’일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침공 시 동맹국들과 연대해 전례 없이 혹독한 대러 경제 제재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시하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후 서방세계의 외교·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로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욱 악화된 경제여건 속에서 후폭풍이 더욱 거셀 추가 제재를 심각한 경제·안보위기로 간주할 것이다.

    둘째는 러시아발 안보위기를 조장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면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시키려는 목적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하에서 훼손된 유럽 내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는 ‘글로벌 동맹체제 강화’를 우선 대외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바이든 정부에 이 정책 추진의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

    셋째는 푸틴 대통령의 국내외 입지 약화와 이를 통한 2024년 재집권 저지라는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12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이 증명해 주듯이 자유민주주의 가치 신장은 주요 대외정책 목표 중 하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당시 러시아를 ‘대립국’으로 지칭하면서 미국 안보에 최대 위협국으로 간주했다. 그는 또한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로, 러시아 정치체제를 ‘약탈적 권위주의 체제’로 비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1년 3월 당시 푸틴 총리와 회합 때 “당신의 눈을 보면 영혼이 없어 보인다”고 비하했으며 야당 지도자를 만나는 등 푸틴 총리의 재집권 불원, 노골적인 비호감을 표출했다.

    이런 그의 인식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2014년), 시리아 사태 군사개입(2015년), 미국 대선 개입(2016년)과 해킹, 국내 인권·언론 탄압 등으로 더욱 악화됐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트랩에 빠져 국내외 입지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길 희망했을 수도 있다.

    넷째는 우크라이나 구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재임 시절 6번이나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등 미국 어느 대통령이나 부통령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이해,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 발전과 군사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했으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나토 간 협력 관계 격상을 지원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유럽 지도자로서는 두 번째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대,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격상시켰다.

    또한 그는 우크라이나·나토 간 협력관계 격상, 첨단무기 등 군사지원 확대, 크림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해 개최된 국제회의인 ‘크림 플랫폼’ 지지(2021년 8월), 민주주의 정상회의 초대(2021년 12월) 등과 같은 친우크라이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책목표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목표와 충돌하면서 사태해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부분적인 철수 시작과 푸틴 대통령의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 의지 천명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 가능성이 더 많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고재남 유라시아 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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