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8시께 찾은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의 한 먹자골목. [이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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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생색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손님이 없잖아요."
지난 17일 오후 8시께 찾은 서울 건대입구의 한 먹자골목. 이곳에서 음식점을 6년째 운영 중이라는 60대 A씨는 정부의 영업제한 시간 완화 논의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영업제한 조치로 소비자들의 발이 아예 끊겨 오후 9시이든, 오후 10시이든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서는 등 감염병 확산이 심화하자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후에도 매출 절벽의 끝은 보이지 않는데 대출 이자와 임대료 부담만 매달 어김없이 돌아오고 있어서다.
새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이곳은 을씨년스러웠다. 골목 입구나 역사 쪽에는 유동 인구가 있어 조금 붐볐으나, 안쪽으로 50여m만 들어서도 상황은 달라졌다. 거리는 한산했고, 점주 혼자 가게에 앉아 TV만 보는 점포도 더러 있었다.
모순적이게도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건대입구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0%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내 다른 주요 상권인 명동(43.3%)이나 광화문(19.3%)과 견주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통계로만 본다면 소비자가 끊이지 않는 상권이어야 한다. 점포마다 매달 전례 없는 매출을 기록해야 하고, 수익을 꿈꾸며 창업한 자영업자들이 몰려드는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어야 한다. 실상은 달랐다. 어묵을 사 먹으려 포장마차를 찾는 소비자만 두어명 있을 뿐이었다.
골목에서 자영업을 하는 점주들에게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점주들에 의하면 이 지역은 '회전율'이 높은 상권이다. 회전율은 대개 식당 등에서 소비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정도를 말하지만, 이곳에선 자영업자가 가게를 열었다가 문을 닫는 주기가 빠르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지난 17일 오후 8시께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건물 입구. 2층 노래연습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불이 꺼져있다. [이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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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반년쯤 지나니 새 가게들이 조금씩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직장을 나오거나, 다른 지역에서 장사하던 이들이 이곳에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문제는 자리를 옮긴다고 장사가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라며 "다들 대학가라고 기대하고 들어왔다가 영업시간·인원수 제한 때문에 제대로 장사도 못해보고 나가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의 말마따나 유동 인구가 있는 역사 쪽 점포들이라고 해서 상황이 특별히 나은 건 아니었다. 내외부 단장을 새로 한 티가 나는 화려한 점포 몇 곳만 소비자들이 방문할 뿐이었다. 매출 부진으로 오후 9시 전에 이미 문을 닫은 가게도 곳곳에 있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40대 B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B씨는 "들어오고 망하고, 들어오고 파산하고. 이렇게 반복된 게 3년째"라며 "버티다가 끝내 식당에서 테이블 뺀 점주들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사람들이 무슨 죄를 지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금 내라는 것 다 내고, 성실하게 장사하려는데 발목 잡힌 상황"이라며 "백신 맞아도 확진자가 이렇게 쏟아지고, 재택 치료라며 방치하고 있지 않으냐. 결국 각자도생하라는 건데 자영업자에게만 이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18일 새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하며 식당·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을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한다고 안내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은 최대 6인까지다. 이번 조치는 19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적용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깊어가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개편된 방역·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하루라도 먼저 민생의 숨통을 틔워 드리고, 유행 상황을 충분히 관찰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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