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서 회담 요청한 러…우크라, 다른 지역 제안
"러, 기반 시설에 민간인 학살까지"…세계 각지서 시위와 지원 이어져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군이 루간스크에서 전투를 위해 군용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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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김민수 기자 = 27일(우크라이나 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맞서 강렬히 저항하며 키예프를 지켜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작전이 강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대표단은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대화를 하자'며 협상의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벨라루스 영토에서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민스크 회담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거절 의사를 표했다.
다만 그는 "우리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지역이라면 회담이 열려있다"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군은 이날 키예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하르키프에서도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다. 이들은 그러면서 하르키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바실키프의 유류 터미널 등 국가 주요 기반 시설에도 타격을 입혔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탱크가 하르키프 외곽의 도로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을 받아 파손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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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우려에도 꿋꿋이 나라 지켜내는 우크라이나인들
전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총공세를 펼치라'고 군에 지시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야간 총공세를 예상하면서 이날 밤과 27일 새벽을 고비로 내다봤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주변의 우려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예상보다 강력한 저항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의 일부를 격퇴시켰고 시민들도 발벗고 나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온몸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을 인용해 러시아의 당초 계획을 두고 '지상군으로 키예프를 포위하고 야간 작전으로 5000명의 정예 낙하산 부대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대통령궁을 습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구금하거나 살해하고 외교부와 국방부 등 주요 정부 청사를 장악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항 세력을 소탕하고 주요 인물들을 체포한 뒤 친러 괴뢰 정부를 세우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택에서 올린 동영상으로 국민들에게 용기를 복돋아 줬다. 키예프를 점령하기 위해 교두보로 바실키프 비행장을 장악하려던 러시아 낙하산 부대는 격퇴됐다.
방공부대는 키예프 남쪽에서 80km 떨어진 빌라 체크트바 인근에서 일류신-76 수송기를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군 사령관은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 인근에서 적군을 소탕했다고 밝혔는데 동영상으로 확인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측 발표에 따르면 침공 사흘 동안 러시아는 군용기 14대, 헬기 8대, 전차 102대, 중기관총 14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부크 1대를 잃었다. 또한 3500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200명이 인질로 체포됐다.
시민들의 저항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나돌고 있다. 체르니고프 지역의 바흐마하에서는 한 주민이 맨손으로 탱크를 세우려 했다. 친구들이 그를 끌어내기 전에 그는 그 앞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이 공유한 또 다른 동영상에선 한 남성이 군 호송차 앞으로 뛰어들어 차량들이 방향을 틀도록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외교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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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벨라루스서 회담 제안했지만 우크라 '거절'
러시아의 예상과는 다르게 우크라이나 점령 작전에 있어 여러 변수들이 발생하자 러시아는 대표단을 꾸려 벨라루스에서의 회담을 우크라이나에 요청했다.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러시아 협상단은 이날 벨라루스에 도착해 현재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렘린궁도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러시아가 회담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라고 밝혔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번 협상단에는 외무부뿐만 아니라 행정부 대표들도 포함돼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폴란드 바르샤바나 터키 이스탄불,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헝가리 부다페스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 다른 도시에서 협상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 대표단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벨라루스 남동부 고멜에 도착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러시아의 이런 행동을 '선전'이라 표현했다.
그는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은 여전히 동일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 대표단이 교전에서의 주도권을 잃은 상태에서 벨라루스에 도착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속 키예프에서 러시아 군과 전투가 끝난 뒤 우크라이나 군이 불발 폭탄을 모으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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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저항에 러, 주요 기반 시설 타격으로 전략 변경
예상보다 더딘 전진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내 주요 기반 시설을 타격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하르키프에 있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폭파시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침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계속 수송하고 있었는데 러시아군이 이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 운영자는 해당 파이프라인이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바실키프의 유류 터미널도 공격했다. 바실키프 시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남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바실키프의 유류 터미널(oil terminal)에는 이날 불길이 번졌다.
나탈리아 발라시노비치 시장은 "적이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키예프 남서쪽 외곽에 있는 고층 아파트 건물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는데 이 건물은 공항 근처에 위치해 있다. 구조대원은 해당 포격으로 민간인 6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매체들은 해당 포격을 두고 러시아군이 공항을 타격하려다 오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국군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몇 분 전 벨라루스 영토에서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발사한 전략폭격기 크루즈 미사일을 격추했다"라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외곽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숨진 우크라이나 군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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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저항 발휘하며 희생...러는 잔인한 민간인 학살 벌여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민간인 지역에도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면서도 수도 키예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정부 통제 하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사보타지(비밀 파괴공작) 및 (군사) 정찰 집단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민간의 공공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군이 군사 기반 시설이 없는 민간 지역까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구급차를 포함해 모든 것들을 공격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밤에는 민간 인프라에 대한 포격까지 있었을 만큼 잔인했다"라고 덧붙였다.
2022년 2월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해안도시 텔아비브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한 시위대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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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은 '러군' 칭찬하지만 세계는 '러 규탄' 시위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돈바스에 있는 인민공화국 지원을 위한 특수 작전"이라면서 "요즘 용맹하게 자신의 군사 임무를 해내고 있는 이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특수부대의 날을 맞아 군인들을 축하하는 짧은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편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밖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를 비난하는 시위가 전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 본부 앞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대 약 1000명이 모여들었고 프랑스 전역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프랑스 북서부 지역인 렌에서도 시위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럽평의회가 위치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도 시위대 약 3000명이 모여 푸틴은 암살자라 규정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이웃국가인 핀란드 헬싱키 도심에서도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거나 푸틴의 사진에 붉은 손도장이 찍힌 포스터를 들고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도 약 3000명의 시위대가 인권 광장(Platz der Menschenrechte)에 몰려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10000명의 시위대가 몰리기도 했으며 밀라노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하늘색 장식을 활용한 시위를 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퍼졌다. 한 시민은 푸틴과 히틀러를 합성한 포스터를 들면서 푸틴을 비난했다.
구소련 국가이자 지난 2008년 러시아의 침략을 겪은 조지아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약 3만명의 시위대가 트빌리시에 모여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국기를 흔들며, 국가를 부르면서 행진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우크라이나계 아르헨티나인이 포함된 약 2000명의 시위대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란에서도 약 50명의 시위대가 촛불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전쟁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폴란드 동부의 메디카에서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인들이 국경에서 줄을 서고 대기하고 있다. 2022.02.26/news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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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西, 군사 장비 및 물자 지원은 계속
앞서 미국을 비롯해 여러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원을 이어온 바 있지만 이날 호주와 프랑스도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사 장비와 연료, 의료 물자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폴란드는 부상자를 수송하기 위해 특별 열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국가방위위원회 회의 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원하기 위해 방어장비와 함께 연료 공급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라고 밝혔다.
해당 성명에는 방어 장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았지만 엘리제궁 소식통은 이날 대전차 무기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호주도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 및 의료 물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긴급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들과 협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비살상 장비 등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을 통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비자 처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폴란드는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부상자를 수송하기 위해 열차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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