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요충지 헤르손을 2일(현지시간) 장악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가 러시아군에 넘어간 것은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일주일 만에 처음이다. 3일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동남부 아조프해의 항구인 마리우폴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포격으로 잿더미가 된 키이우의 체육관.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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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8만 명의 헤르손은 우크라이나를 남북으로 흐르는 드니프로강이 흑해와 만나는 하구에 있는 항구다. 크림반도에서 가깝고, 이 나라 최대 항구인 서부 오데사와 145㎞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을 통제하면서 오데사로 진군할 요충지를 확보했다.
러시아군은 2일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무차별 포격과 공습을 가하고 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이날 BBC에 “15시간 동안 지속된 포격으로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맞았다”며 “러시아군이 수㎞ 떨어진 곳에서 마리우폴을 포위했으며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해 도시 일부 지역엔 수도와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말했다. 오를로프 부시장은 “러시아군은 야포와 다연장 로켓포, 전투기, 미사일 등 거의 모든 무기를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로가 된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인의 도움으로 가족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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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장악하면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세력이 독립을 선언한 동부 돈바스가 연결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남부 연안 장악은 애초 러시아군의 침공 목표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서부 오데사까지 점령하면 우크라이나는 항구를 모두 잃고 바다를 통한 보급이 차단된다.
이고르 콜리카예프 헤르손 시장은 2일 SNS에 “러시아군들이 시청에 들어와 러시아 행정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에서 서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미콜라이우로 이동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점령.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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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식량·연료 등 보급에서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일 보도했다. NYT는 이날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 지도부가 도시 내부의 민간 기반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등 훨씬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SNS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심의 식료품점이나 은행·전자상가 등에서 금품을 가져가거나 절취를 시도하는 영상이 줄이어 공유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7명 이상의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주인 없는 식료품점에 들어가 진열된 음료수·통조림·생필품 등을 정신없이 쓸어담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미 국방부 관리는 러시아군이 외부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식량·연료마저 부족해 곤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인 희생 |
이날 CNN은 미국과 서방 관료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작전 목표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느린 섬멸”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 당국은 2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498명이 전사했고, 1597명이 부상당했다”고 사상자 규모를 발표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2870명이고, 부상자는 약 3700명이며, 포로가 572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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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개전 후 엿새간 러시아군 사망자는 5840명”이라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담화에서 “침략한 지 이레 만에 러시아군 사망자가 9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본부는 2일 민간인 누적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은 3일 “전투를 끝내기 위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군사 인프라 파괴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라브로프는 이날 벨라루스 서남부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정전을 논의할 대표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2차 협상 대표단이 회담장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젤렌스키와 30분 통화=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0분간 가진 통화에서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희생당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침략에 결연히 맞서 싸우는 대통령님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은혜·석경민·김홍범·이수민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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