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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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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BTS 정국도 팬… “춤으로 어떻게 먹고살 거냐는 말, 쏙 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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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걸파’ 우승한 10대들

고교 댄스 크루 ‘턴즈’

조선일보

국내 최고 여고생 댄스 크루를 선발하는 엠넷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 '스트릿댄스 걸즈 파이터'에서 우승을 차지한 댄스 크루 '턴즈'. 왼쪽부터 박난주, 조나인, 김채원, 송희수, 김나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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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지키며 때를 기다려/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로/ 세상이 내 것이 되기를 기다려.”

스물한살의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의 ‘넌 내가 왕관 쓴 것을 봐야 해(you should see me in a crown)’가 시작되자 다섯 명의 십대 소녀 ‘턴즈’가 한 마리의 거미로 변신했다. 눈빛에는 검은 독기가, 손끝에는 날카로운 살기가 서려 있다. 검은 니트에 검은 부츠, 그 위에 흰 끈을 두르고 춤을 출 뿐인데, 완벽한 절지동물 거미의 움직임이다.

이 곡은 아일리시가 BBC 드라마 ‘셜록’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입에서 살아 있는 거미가 기어 나오는 듯한 장면으로 음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그 장면을 신체적 물성으로 완벽하게 표현한 5명의 소녀들은 “턴즈가 턴즈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 초 엠넷 ‘스트릿댄스 걸즈 파이터(스걸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고등학생 댄스 크루 ‘턴즈’는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서공예) 동기들을 중심으로 급하게 결성된 팀. 이들은 어떻게 두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었을까.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본사에서 턴즈의 다섯 소녀 조나인(19)·송희수(19)·김채원(18)·김나현(18)·박난주(18)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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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즈가 엠넷 '스걸파' 결승 무대에서 보여준 '살아있는 거미' 퍼포먼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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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싫어하던 아빠도 팬 됐어요”

우승 후 이들은 광고, 방송, 라디오 출연 등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고등학생들이 됐다. 방탄소년단 RM, 정국이 팬을 자처할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러나 인터뷰로 만난 이들은 무대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댄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줍음 많은 소녀들이었다.

-우승하고 주변 반응은요?

난주 : “엄마 어깨가 한껏 올라갔어요(웃음). 제가 춤추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긴 친척분들 많았거든요. 그들이 매번 ‘춤으로 어떻게 먹고 살 거냐’는 말을 하곤 했는데, 우승한 이후에는 그런 말이 쏙 들어갔어요.”

채원 : “전 아빠도 제가 춤추는 걸 싫어했어요. 몸 쓰는 직업이다 보니 걱정도 많으셨고요. 그런데 요즘엔 제 공연 영상을 온종일 보세요. 어느 날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이 계속 들리기에 환청인가 했더니(턴즈는 대회에서 ‘오징어게임’ OST에 맞춰 공연한 적이 있다), 아빠가 제 공연을 무한 반복으로 보고 있더라고요.”

-유명해진 걸 언제 실감하나요?

희수 : “홈마(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촬영하는 팬)가 붙을 때요. 우승 기념 축하 전광판 이벤트도! 이건 진짜 연예인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우린 그냥 춤 좋아하는 일반인일 뿐인데.”

-춤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나현 : “초등학교 1학년 때 제가 너무 숫기가 없으니깐 부모님이 ‘친구 좀 사귀고 활발해져라’며 집 앞 케이팝 방송댄스 학원에 보냈어요. 거기서 춤의 매력에 푹 빠졌고, 중2 때부터는 기획사 아이돌 연습생으로 들어가 3년 정도 생활했죠. 그러다 서공예로 진학했는데, 그곳에서 춤에 더 깊게 빠져 ‘나 아이돌 안 하고 댄서 할래’가 됐죠.”

채원 : “전 아기 때도 트로트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곤 했대요(웃음).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캄보디아로 봉사를 떠나 심장 이식 수술을 앞둔 아이들 앞에서 트와이스의 ‘치얼업’ 공연을 했는데 정말 행복해 하더라고요. 그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내가 춤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구나’ 싶어 귀국하자마자 댄스학원에 등록했어요.”

희수 : “전 아이돌 가수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100번 넘게 오디션에서 떨어졌죠. 그러다가 서공예에 진학하게 됐고, 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자연히 댄서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요?

난주 : “심했어요. 그래서 춤에 대한 제 열정을 보여 드리려고 매일 새벽마다 연습실에 나갔어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가는 모습에 결국 허락하셨죠.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나인 : “전 원래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다친다고.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따라 댄스 학원에 갔는데 거기서 몸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된 거죠. 춤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 생각했어요.”

BTS가 사랑한 소녀들

“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전설적인 안무가 아그네스 드 밀이 한 말이다. 아무 말 없이 몸의 동작으로만 보여주는 춤은 그 사람의 가장 진실한 표현이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몸으로 다 보인다.

스걸파의 ‘턴즈’가 1회 때부터 ‘어우턴(어차피 우승은 턴즈)’이라 불리며 우승 후보로 점쳐진 건 다섯 명이 보여준 완벽한 합(合) 때문이다. 그들을 심사한 스우파 멤버들이 “저렇게 하려면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하다”며 고개를 내저을 정도였다. 그들의 열정적인 춤에 그룹 방탄소년단의 RM과 정국이 인스타그램으로 턴즈 홍보 대사를 자처할 정도였다. 리더 나인의 유튜브 채널명인 ‘해버굿나인(Have a good nain)’도 정국이 지은 것이다.

-팀은 어떻게 결성했나요?

나인 : 희수, 난주와는 중학교 때부터 청소년 댄스팀 ‘에이유스’에서 활동했어요. 채원이와 나현이는 학교 후배고요. 희수와 스걸파에 나가기로 한 후 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떤 친구들을 섭외하면 좋을까’. 저희는 성격이 순하고, 모든 장르, 어떤 미션이라도 다 소화할 수 있는 친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섭외 전화를 했죠.”

-얼마나 연습했나요?

나인 : “사실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한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최단 기간 고효율을 냈다고 볼 수 있어요. 저희는 모두 MBTI(성격유형검사)에 J(판단형)가 있어요. 계획적인 성격이죠. 미리 많은 회의를 통해 의상부터 동작까지 모두 계획하고 시작해요.”

희수 : “회의만 3일을 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토론으로 미리 맞추고 연습에 들어가니, 머릿속에 그림이 다 있으니깐 금방 몸에 익더라고요.”

-회의하다 의견이 맞지 않을 땐 어떻게 하나요?

나인 : “그 다른 의견을 다른 파트에 쓸 수 없는지 고민해요. 조금 부족한 아이디어는 대화를 통해 발전시키고요. 이렇게 고민하고 서로 설득하다 보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지점이 나와요.”

난주 : “우리 팀 결과물이 잘 나왔던 건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BTS 정국이 사랑한 팀으로도 유명한데요.

나인 :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유튜브 채널명을 뭐라고 할까요?’라고 올렸는데, 직접 답을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전 초등학교 때부터 방탄소년단 팬이고, 그중 최애가 정국님이거든요. 팬클럽 아미 4기에도 가입했고요. 정말 ‘성덕(성공한 덕후)’입니다.(웃음)”

무식하게 춤 춰라!

-롤 모델이 있나요?

희수 : “없어요. 그냥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른이 돼 제 삶을 돌아봤을 때, 저조차 부끄러운 행동은 용납 못 할 것 같아요.”

나현 : “저도 없어요.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특정 대상을 정해 놓으면, 전 그분과는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인데 괜히 따라 하려다 마음만 조급해지고 열등감 생기잖아요.”

나인 : “매일 상상하는 제 미래의 모습이 저의 롤 모델이에요.”

채원 : “부모님요. 늘 ‘제게 대가 없이 사랑하라’고 가르치셨거든요. 훗날 부모님처럼 되는 게 꿈이에요.”

난주 : “저도 부모님.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돼 제가 받은 사랑을 아이에게 주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는요?

희수 :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큰 목표가 있기보단 들어오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나현 : “저도 거창한 목표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아직 열아홉살이니깐, 마지막 미자(미성년자)의 삶을 마음껏 즐기고 싶어요. 성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가져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잖아요.”

나인 :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댄서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게 목표예요. 지금 방송 일도 하고, 지금처럼 꾸미고 인터뷰도 하지만, 아침마다 ‘나는 댄서’라고 다짐해요. 목표라면 영향력 있는 댄서가 되는 것!”

채원 : “저는 춤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싶어요.”

난주 : “춤을 더 깊게 배워 저만의 장르를 만드는 거요!”

-댄서가 되고 싶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나인 : “일단 무식하게 춤 춰라. 십대 때는 계획적으로 무엇을 하기보다 그때 하고 싶은 걸 우선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믿음이 생기고 확신이 생기니까요.”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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