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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디카프리오가 우크라에 1000만달러 기부” 가짜뉴스는 어떻게 확산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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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경향신문 자료사진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1000만달러(한화 약 124억원)를 기부했다. 디카프리오의 외할머니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신이다.”

지난 한주 세계 여러 언론사가 기사화하며 소셜미디어(SNS)를 달군 소식이다. 하지만 CNN방송이 디카프리오 측과 비세그라드 재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소식은 가짜로 판명됐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카프리오의 측근은 디카프리오가 케어, 유엔난민기구, 국제구호기금, 세이브더칠드런 등에 인도적 지원 목적의 기부를 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나 군에 기부하지는 않았으며 기부금 총액도 1000만달러는 아니라고 전했다.

CNN은 남미 가이아나 매체 GSA뉴스의 지난 5일 보도를 진원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디카프리오가 우크라이나에 1000만달러를 기부했으며 그의 외할머니가 오데사에서 태어났다고 보도했다. GSA뉴스 설립자 패트릭 카펜은 처음에는 우크라이나의 여러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나중에는 전쟁 근황을 올리는 우크라이나인의 페이스북에서 본 내용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GSA뉴스는 구독자 수가 적기 때문에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더라도 금방 정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사는 각종 뉴스발행에 인용되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놀랍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GSA뉴스는 보도 당일 정정보도를 냈다.

이미 뉴스가 퍼져나간 상황에서 GSA의 정정보도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비세그라드 그룹(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국가들의 소식을 전하는 트위터 비세그라드24는 지난 6일 디카프리오의 기부 소식을 전했다. 팔로어 수가 19만명을 넘는 이 트위터에서만 1만명이 소식을 리트윗했다. 비세그라드24 계정의 한 운영자는 “여러 작은 미디어들의 뉴스에서 봤다”며 “우리는 가짜뉴스의 피해자”라고 답했다.

7일에는 영국의 폴란드 뉴스에서 기부 소식이 나왔다. 폴란드 뉴스는 비세그라드 4개국의 개발협력을 지원하는 단체인 비세그라드 기금이 기부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뉴스는 디카프리오의 외할머니 헬레네 인더버켄은 오데사에서 태어나 1917년 디카프리오의 어머니 고향인 독일로 이주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CNN의 확인 결과 인더버켄은 독일에서 태어나 2008년 독일에서 사망했다. 비세그라드 재단도 디카프리오에게서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트위터 비세그라드24를 비세그라드 기금 공식 계정으로 착각하고 추가적 사실확인 없이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비교적 유명한 언론사들의 보도가 뒤따랐다. 영국의 더 인디펜던트와 데일리미러, 인도의 힌두스탄타임스, 체코 최대 포털 노빈키, 프랑스의 유로뉴스, 미국 연예정보 사이트인 ET온라인과 우파 성향 온라인 사이트 워싱턴이그재미너, 데일리콜러가 차례로 소식을 전했다. 이 회사들은 현재는 기사를 지우거나 정정보도를 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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