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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인격권’ 민법에 명문화…갑질·학폭도 손해배상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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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인격권 처음으로 명문화… 소송범위·배상액 확대될 듯

미성년자 빚 대물림 막도록 성인 된 후 빚 상속범위 선택

조선일보

민법 개정 입법예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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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5일 ‘인격권’을 민법에 명문화하고, 불법 녹음·촬영, 직장 내 갑질 등의 인격권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무부는 또 미성년자가 부모의 ‘빚 폭탄’을 전부 떠안지 않도록 성인이 된 이후 한정 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안도 함께 입법 예고했다. 한정 승인은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상속된 빚을 갚겠다는 조건을 붙여 상속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법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인격권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라고 정의한 민법 제3조의2 1항을 신설해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인격권 침해 중지를 청구하거나 인격권 침해 염려가 있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예방과 손해배상 담보를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의 민법 제3조의2 2항도 신설했다.

이번 민법 개정은 최근 불법 녹음·촬영, 직장 내 갑질, 학교 폭력, 온라인 폭력, 가짜 뉴스 유포, 디지털 성범죄,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내 인격 침해, 개인 정보 유출 등 여러 유형의 인격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 스위스·오스트리아가 민법에 인격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현재도 인격권 침해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취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일종인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인격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하지만 이번 민법 개정으로 소송 대상이 확대되고 손해배상액도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처럼) 형법상으로 죄가 명확하게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정 심의관은 ‘민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그동안 통상 1000만원대 안팎의 인격권 침해 손해배상액이 더 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민법에 인격권이 명시되면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관련 소송에 대해 법원이 기존보다 더 심각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언론사가 보도하지 않기로 했던 사적 대화 녹음을 보도하려는 경우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번 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언론사가 당사자 의사에 반(反)해 사적 대화 녹음을 보도할 것으로 예상될 때 손해배상 담보를 미리 청구해 놓고, 실제 보도가 이뤄진 경우 언론사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민법 개정안을 놓고 “인격 존중이 강조되는 추세를 반영하는 상징적 조치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법무부는 미성년자에 대한 현행 상속제도를 손질한 민법 일부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현행 민법은 상속 채무가 상속 재산보다 많은 경우에도 미성년자의 법정 대리인이 3개월 내에 한정 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하지 않으면 부모 빚까지 모두 떠안는 단순 상속을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빚의 대물림’이 벌어지곤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이후 부모 빚이 상속 재산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면 이를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한정 승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 성년이 되기 전에 같은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성년이 된 날부터 6개월 내에 한정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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