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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마리우폴 '함락 위기'···"탄약 바닥나고 일부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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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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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12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반군이 탄 장갑차가 시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세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마리우폴 항구를 점령했다며 도시 함락도 임박했다고 전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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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돈바스 대공세’가 예고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함락 위기에 몰렸다. 우크라이나 방위군의 탄약이 바닥나고 일부는 항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군이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인 다음달 9일 마리우폴에서 열병식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봉쇄 상태에서 40일 넘게 러시아군의 무자비한 포격을 당해온 마리우폴은 함락되기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 해병대 1000명이 항복했다고 13일(현지시간)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영TV는 항복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는 장면 등 항복 영상을 방영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마리우폴의 상업항구가 나치 조직인 아조우(아조프) 연대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항복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아조우 연대 측은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동영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마리우폴에서 전투는 해안가의 아조우스탈 산업지역과 마리우폴항 두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지 상황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2018년부터 우크라이나 해병에 복무하던 영국인이 12일 “식량, 물, 탄약이 완전히 바닥났다. 부대가 곧 항복할 것”이라고 지인에게 전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은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군이 이곳을 점령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남동부 회랑을 완성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나치주의자로 지목한 아조우 연대가 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한달 넘는 결사항전으로 러시아군의 진군을 늦췄지만 러시아군이 완전히 점령하면 가혹한 보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페트로 안드리우시센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이 내달 9일 마리우폴에서 열병식을 벌일 수 있도록 점령지역에서 거리의 시신들을 치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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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피해도 적지 않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해군의 순양함 모스크바호에서 매우 큰 화재가 발생해 탄약고가 폭발하는 등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승조원들은 모두 대피했다”며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오데사 주지사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지대함 미사일 넵튠 2발을 발사해 모스크바호를 강타해 격침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호는 14일 신호가 끊겨 완전히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스크바호는 배수량 1만1500t, 길이 186m, 폭21m 크기의 순양함으로 최대 510명이 탑승할 수 있다. 1979년 소련에서 건조돼 1983년 실전 배치됐으며 2000년부터 흑해 함대의 기함이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 2월24일 즈미니섬(뱀섬) 수비대에 항복을 권유하고 포격한 것이 모스크바호다.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의미한 군사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순양함의 활동이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러시아군의 지상작전을 지원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모스크바호 격침으로 크렘린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육상병력은 차질없이 돈바스로 집중하고 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과 재블린 등 경량 장비로 수도를 방위를 할 수 있었지만 평원 지대인 돈바스 지역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화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준비를 함에 따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계속해서 그들을 방어할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8억달러(약 980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군사 원조는 이미 제공했던 시스템과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범위한 공격에 대한 맞춤형 능력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추가 지원 장비 목록을 보면 155㎜ 곡사포 18기와 포탄 4만발, 구소련제 Mi-17 수송 헬기 11대, M113 장갑차 200대, 대전차 드론 스위치 블레이드 300대,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500기, 대포병 레이더 등이 포함됐다. 시가전 전문가인 존 스펜서 전 미 육군 소령은 미국이 곡사포와 포탄을 제공키로 한 데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집결시키고 있는 것들에 대적하려면 이처럼 더 크고 강력한 무기들을 필요로 한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일부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구소련제 탱크 등 무기를 제공할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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