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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올 여름엔 성수기다운 성수기 맞나” 자영업자들 방역해제에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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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자영업자 단체 환영 입장문

”손실 100% 보상하고 최저임금 동결해달라” 요구도

조선일보

18일 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다는 소식에 자영업자들이 반기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 식당가 모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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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답답하고 원망스러웠던 마음이 절반은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서울 중랑구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김기준(76)씨는 정부의 사적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 해제 소식에 이 같이 말했다. 김씨는 2년간 코로나로 사실상 가게 문을 닫다시피 했다. 오후 9~10시는 돼야 손님들이 몰리는데, 영업시간 제한 탓에 손님을 받고 한두 시간이면 장사를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만 매달 1억원 가까이 나왔다고 한다. 김씨는 “원래 직원이 100명은 돼야 하는데, 남은 건 20~30명뿐이라 새로 사람을 구하고 있다”며 “DJ도 새로 구하고 밴드도 꾸려서 제대로 장사를 해볼 생각에 들뜬다”고 했다.

정부가 오는 19일부터 사적모임 인원과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전면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상이 돌아온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299명이었던 집회와 야외 행사 인원 제한도 풀었고, 오는 25일부터는 영화관이나 실내체육시설에서 음식물 섭취도 가능하다.

15일 정부가 거리두기 해제 지침을 발표하자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드디어 거리두기가 해제됐다”며 “사장님들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적은 글이 오후 4시까지만 수십개 쏟아졌다. 경기도 평택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3)씨는 “날이 풀리는 와중에 거리두기까지 완전히 풀려, 올 여름엔 드디어 성수기다운 성수기를 맞이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5개 자영업 단체가 모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국의 거리두기 전면해제 정책을 적극 환영하며, 이제 집합금지 조치로 자영업자들이 입은 손실을 보상하고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동결할 것을 주문한다”고 했다.

특히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직격타를 맞았던 PC방과 노래방, 유흥주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40)씨는 “이제야 족쇄가 풀리고 정상화된 것”이라며 “미리 야간 직원 새로 1명 구해놨는데, 주변에는 뒤늦게 직원 구하느라 난리도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단란주점 운영하는 이모(31)씨는 “밤 장사를 그동안 못 하게 하니 낮에 커피 팔았는데도 적자가 심각했다”며 “숨통이 조금 트이는 기분인데, 앞으로는 밤 영업 금지가 번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직장인들 중에는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으로 줄어든 ‘회식’을 둘러싼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직장 다니는 한모(28)씨는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 덕분에 회식해도 제 때 집에 갔는데,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며 “앞으로 더 놀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반면, 관리자급 이상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번이 회식할 기회”라는 반응이 많다. 중구의 한 대기업 차장급 직원 이모(44)씨는 “그동안 회식하기에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할 때가 됐다”며 “새로 온 직원들과 유대도 쌓고 팀워크를 다지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재택근무가 축소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있다. 종로구에서 직장 다니는 김모(35)씨는 “재택근무에 익숙해졌는데, 4월부터 출근 빈도가 격주로 늘어나며 적응이 안 되던 중”이라며 “앞으로 완전 출근한다는 말도 있던데, 집에서 편한 옷으로 일하던 때가 그립다”고 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코로나로 취소됐던 모임과 행사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장시온(24)씨는 “봉사 연합동아리에서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가지 못했던 MT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 동아리에서 매년 5월에 멘토링 학생들과 체육대회를 열었었는데, 이번에 3년 만에 재개할 계획”고 했다.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월 MT만 벌써 3개다” “영화관 팝콘이 너무 먹고 싶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집회 인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업무가 늘어날 수 있지만, 오히려 집회 관리가 수월해질 거라는 반응이 많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비과장은 “대규모 집회가 늘어나며 관리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동안 대규모 불법집회는 ‘쪼개기 신고’를 하는 탓에 관리가 어려웠는데, 인원 제한 규정이 사라진다면 관리하는 입장에서 더 수월할 것이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경찰서 정보과 직원은 “그동안 집회 현장에서 거리두기 등 ‘이격관리’에 따르지 않는 참가자들이 있어 관리가 벅찼는데,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이동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2년 동안 집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외출보단 ‘집콕’이 일상이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영업시간이 자정까지 풀린 지난 2주간도 손님이 크게 늘어나진 않았다”며 “이제 한강을 놀러 가더라도 인근 가게를 찾기보단 배달을 시키는 시민들이 많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40대 성모씨는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월 매출이 500만 이상 늘어야 한다”며 “정부가 거리두기를 풀어주고 손 뗄 것이 아니라, 지난 2년간 받은 손실의 반만이라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번 거리두기 해제 시점이 늦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풀었으니, 더욱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희영 카페연합회 대표는 “요즘 손님들 말 들어보면 코로나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돈 쓰는 게 무서워서 밖에 안 나온다고 하더라”라며 “이제서야 거리두기를 푸는 결정은 자영업자들만 난처하게 만든 게 아니라, 한국 경제 자체가 휘청이는 상황으로까지 몰고 온 것”이라고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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