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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대검 “경찰, 보완수사 요구 10건 중 4건 3개월 이상 처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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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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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작년 상반기에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는데, 경찰이 3개월을 넘겨 보완 수사를 이행한 사건이 전체 사건의 30.5%(작년 말 기준)라고 20일 밝혔다. 아예 보완 수사가 되지 않은 사건은 13%였다. 경찰이 보완 수사를 하는 데 3개월 이상 걸렸거나 아예 보완 수사가 안된 사건이 10건 중 4건이라는 것이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검사장)과 최용훈 인권정책관(차장급)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반대 입장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가지면서 이 같은 통계를 제시했다. 대검 통계에 따르면 보완 수사 요구 후 경찰이 1개월 내에 보완 수사를 한 경우는 26.2%(1만8928건)였다. 1~3개월은 30.3%(2만1856건)였고, 3~6개월이 19.1%(1만3796건), 6개월 이상은 11.4%(8214건)였다. 아예 검찰 요구 이후 경찰이 보완 수사를 하지 않은 사건은 13%(9429건)이었다.

김지용 검사장은 “작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이 보낸 사건을 보완 수사할 수 없고, (수사 지휘권도 없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를 하면 짧은 시일 내 끝날 사건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길게는 석 달, 심지어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경찰에 사건이 몰려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있다”는 취지의 현직 경찰관들 글과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와 변호인들은 사건 처리가 늦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경찰에 과도하게 사건이 몰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검사장은 검찰의 보완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추가로 발견한 사례도 들었다. 인천지검은 ‘가평 계곡 살인 사건’에서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이은해·조현수씨(구속)의 ‘복어독’ ‘낚시터’ 살인 미수 혐의를 찾았다.

서산지청은 올 1월 경찰이 키르기스스탄 남성을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구속 송치한 사건을 보완 수사해 해당 남성을 석방하고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 여성이 술김에 허위로 스토킹 폭행 피해를 신고했고, 해당 남성이 구속되기 전 러시아 여성이 담당 경찰관에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반영하지 않고 구속 영장을 신청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0월 연예인 남편 살인 사건을 보완 수사해 ‘우발 살인’이 아닌 ‘계획 살인’인 점을 발견했다. 사무실에서 살해된 변호사 사건(서초경찰서)을 중앙지검 형사3부(당시 부장 이진동), 숨진 변호사 집안의 재산 관련 문서 조작 사건(종로경찰서)을 형사4부(당시 부장 한석리)가 각각 보완 수사 중이었는데, 형사3·4부가 공조 수사를 벌여 재산 상속 문제로 인한 ‘계획 살인’인 점을 밝힌 사건이다.

김 검사장은 “피해자가 많은 사기 사건과 같이 쟁점이 복잡한 사건은 증거 부족으로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를 무한히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최용훈 정책관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은 경찰의 독직 폭행을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통상 ‘경찰관의 가혹 행위’ 등 독직 폭행 혐의는 (경찰이 피의자에게 가혹 행위를 했을 경우) 피의자에 대한 영장 청구 전 검사 면담이나 검찰 송치 후 피의자 조사, 피의자 신체 확인 등을 통해 단서를 얻게 된다고 최 정책관은 말했다. 또는 피의자나 그 변호인, 가족의 진정·고소·고발 등을 통해 직접 단서를 찾기도 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없애면서, 혹시 있을 수 있는 경찰의 가혹 행위를 검찰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정책관은 “국민의 인권보장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 경찰 인권 침해 범죄의 수사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법률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진범 이춘재가 검거되기 전, 억울한 피해자 윤모씨가 범인으로 몰려 20년 징역 살이를 했다. 수원지검은 2019년 12월 이 사건 재심 청구 사건에서 경찰 자료를 받아 검토하던 중 윤씨가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 구금, 구타를 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최 정책관은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위법 체포·구속된 사람에 대해 검사가 석방 ‘명령’을 할 수 없고, 경찰에 석방 ‘요구’만 할 수 있게 된다”며 “검사의 판단에 따라 억울한 사람을 바로 석방할 수 없다는 점 등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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