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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프랑스로 휴가 못 가는 게 불만”…우크라 침공엔 관심없는 러 부유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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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온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시내의 24일(현지시각) 전경. /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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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은 물론, 전투에 투입된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러시아 군의 인명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러시아 부유층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며, 단순히 ‘다른 유럽 국가로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불편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시각) ‘러시아 엘리트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라는 제목의 익명 기고글을 온라인판에 실었다.

이 기고글을 쓴 작성자는 자신이 한 러시아 무역업자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라고 밝혔다. 그는 “부유층의 가정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작한 전쟁에 적응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러시아 사업가들에 대해 알게 된 한 가지는, 그들이 많은 정보를 알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여름 내내 이 가족과 함께 지냈지만, 내 고용주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며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이 모습에 작은 금이 가는 것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아침, 차고 옆에서 그를 만났을 때는 날이 밝기 전이라 여전히 어두웠다. 우리 둘 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작전’이 시작된다는 발표를 봤다. 내 고용주는 차에 올라탄 뒤, 말없이 앉아 국경을 넘어가는 탱크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오랫동안 가만히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왜?’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들었다. 스스로도 조금 멍한 상태였다. 러시아에서 쫓겨날까봐 걱정하다가, 우크라이나가 아닌 나 자신을 걱정한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작성자는 “유모 타티아나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돈바스에서 러시아 형제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몇 시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가 러시아 정부의 선전을 그렇게 빨리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놀랐다. 타티아나는 또 러시아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려 했다”며 “이후 나는 아이들에게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별로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안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외신을 읽었다. 그래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다룬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것을 봤다”며 “나는 아이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허용되진 않지만, 내가 가르치는 아이 중 한명이 오빠에게 ‘VPN(가상사설망)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걸 봤었다. 그게 내가 그 집에서 목격한 러시아 제재의 영향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알기로는, 그 가족이 지금까지 겪었던 가장 큰 불편함은 프랑스가 아닌 두바이에서 휴가를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며 “다른 부유한 가정들은 자신들의 아들이 징집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자식들을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 입학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게도 지원서를 다시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한 학생은 ‘조부모가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점을 언급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냐’고 묻기도 했다.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고 했다.

작성자는 “세계 경제로부터 러시아가 고립된 상황은 그 자체로 유머가 됐다. 애플이 문을 닫은 후, 몇몇 사람들은 ‘러시아의 최신 아이폰은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폰’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며 “러시아 은행 시스템에 대한 제재를 피하고 싶다면, 어느 나라로 VPN을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활발한 논쟁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제재의 이유는 논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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