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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9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 화두인 가운데 베트남 입장에서 피하고 싶은 뉴스가 실렸습니다.
러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베트남과 러시아 군 관계자는 최근 합동군사훈련을 여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대표단 회의는 온라인을 통해 열렸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사실은 맨 처음 러시아 언론에 의해 보도됐고 베트남 측은 여기에 대한 자세한 논평을 피했습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전 세계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런 내용이 보도된 것 자체가 곤혹스러웠을 것입니다. 보도 직후 레티투항 베트남 외무부 대변인은 "베트남의 일관된 정책은 군사훈련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 게임과 상호 신뢰·이해를 강화하기위한 것이며 세계의 평화, 협력 및 발전을 위해서라는 점"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상당히 많은 내용이 논의된 것 같습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군사훈련의 주제와 날짜, 장소를 잡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베트남 군 관계자는 군사훈련에 앞서 러시아 측이 지형 정보를 제공해 장소 파악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 훈련은 러시아 주도로 201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매년 7~9월 개최되는 연례행사입니다. 베트남은 2015년 참관인 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가했고 2018년부터는 정기 파트너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따라서 7월 대회를 앞두고 러시아 측은 예년대로 루틴한 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참가국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었고 베트남은 정해진 수순대로 여기에 참가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점이 너무나 민감해 국제 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아마도 베트남의 속내는 대회에 불참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쭉 참가한 대회를 파투 내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베트남이 전통적인 러시아의 우방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과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 시절 베트남의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양분하던 시절 자유주의 국가에서 공부좀 하는 사람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한국의 대학교수나 고위 공무원들 대다수가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아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베트남의 교수와 고위 공무원 역시 마찬가지 과정을 밟았습니다. 모스크바에 유학하며 선진 문물을 배우고, 베트남에 돌아와 정책을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공산당 1당 체제의 베트남 입장에서 러시아 유학이 가져다 준 특권은 자유주의 국가에서 미국 유학을 한 것 이상의 프리미엄이었을 것입니다.
베트남 대사를 역임한 한 전직 외교관은 "베트남 고위공무원 사이에서 러시아어를 썼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더라. 베트남에 존재하는 끈끈한 러시아 네트워크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사실 경제 측면에서만 보자면 베트남과 러시아는 현시점에서 그다지 긴밀한 사이는 아닙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과 러시아간 무역은 71억4000만달러 수준으로 베트남 전체 무역의 1%에 불과합니다. 냉정하게 따져 베트남은 러시아보다는 미국이 훨씬 중요합니다.
베트남은 지역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압력에 맞서 어떻게든 미국을 끌어들여 동맹 수준의 외교 관계를 구축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미국이 베트남에 잇달아 해양순시선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은 이 같은 흐름의 일환입니다.(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2/04/362141/)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베트남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며 베트남이 미국 편을 들지 말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기도 했죠.
그래서 이번 예정된 러시아과 베트남 간 군사훈련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가 향후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베트남은 머리가 꽤나 아플 것입니다. 러시아와의 오랜 관계를 생각하면 두 눈 질끈 감고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야 하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손잡은 미국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다음달 12~13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간 특별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세안 국가인 베트남도 당연히 이 회의에 참석합니다. 만약 베트남이 러시아와의 군사훈련을 종전대로 유지하기로 확정하고 이 자리에 간다면 미국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베트남은 결정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사족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베트남은 예정된 군사훈련은 최소한의 규모로 유지하면서 군사훈련 의미를 극단으로 축소하는 형태로 포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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