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퇴임 1주일 앞두고도 언급안해
MB 사면땐 지지층 반발… 文, 선거 앞두고 부담 느낀듯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연합뉴스 |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사면 여부에 대해 “국민 지지와 공감대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었다. 이후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반대한 국민청원에 직접 답하면서는 “찬성도 많다”고 해, 사면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일 참모회의에서도 사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사면이 이뤄지려면 법무부 사면심의위원회에서 찬반을 가리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3일 예정된 국무회의가 마지막이 될 경우 사실상 사면은 물 건너갔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측근인 김경수 전 지사 사면을 위해 작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때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고 남겨둔 것’이라고 공격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 사면이 안 되면 다른 사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났을 때에도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얘기는 아무도 꺼내지 않았다는 게 양측 설명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40% 지지율을 유지한 채 퇴임하는 대통령으로선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지지층 반발이 굉장히 신경 쓰였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강행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때문에 정국이 경색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까지 사면하면 6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국무위원과 민주당 의원, 핵심 참모들은 문 대통령에게 퇴임 전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며 “하지만 정경심씨 등 사면론까지 뜬금없이 나오면서 마지막 사면이 정치적인 결정이 돼버렸고 그에 따른 문 대통령의 부담도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이재용 부회장 등의 사면만 거론되다가 최근 여권 성향의 종교인들이 나서서 “조 전 장관 가족이 지나친 피해를 봤다”며 정씨 사면을 요구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각계에서 다양한 사면 요구가 쏟아지면서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작년 성탄절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깜짝’ 사면한 것처럼 이번 부처님오신날(8일) 사면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말도 나온다. 작년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 사면 3일 전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었다. 지금도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한다, 하지 않는다는 답은 대통령만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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