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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8년만 법정기한 내 심의…尹정부 첫해도 '1만원'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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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기대 못 미친 인상률에 '하투' 거세질 듯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에서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2.6.27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가 29일 밤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의결하면서 2014년 이후 8년 만에 심의 법정기한을 지키게 됐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천160원)보다 5.0%(460원) 오른 시간당 9천62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이날 오후 11시50분께 의결했다. 심의기한(29일)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가까스로 결론을 낸 것이다.

◇ 2014년 이후 첫 기한 준수…'캐스팅보터' 공익위원들 의지 반영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는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안을 의결해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가 이러한 법정기한을 준수해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한 적은 올해를 포함해 9번에 불과하다.

올해 이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법정기한을 지켰을 때는 2015년도 최저임금을 정한 2014년으로, 당시엔 6월 27일 최저임금안을 의결했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는 7년 연속 법정기한을 준수했다.

법정기한을 하루 넘긴 6월 30일 최저임금안이 의결됐을 때는 2009년과 2012년 두 차례다. 지난해의 경우 7월12일 최저임금안이 의결됐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 시행됐는데 시행 첫해 최저임금을 정한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법상 최저임금 결정일은 '11월 30일까지'였고 최저임금위는 1987년(12월 24일 의결)을 빼고는 모두 10월 초에 최저임금안을 의결했다. 10월 초도 심의 법정기한(9월 28일)을 넘긴 것이었다.

1993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1994년부터 2006년까지는 최저임금 적용 기간이 '9월 1일부터 이듬해 8월 31일'까지였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결정일과 심의 법정기한이 현재와 같아졌다.

2007년부터 최저임금 적용 기간이 '이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로 돌아왔으나 최저임금 결정일과 심의 법정기한은 바뀐 채로 유지됐다. 다음 해 최저임금을 6개월이나 앞선 여름에 정하는 다소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저임금 심의가 자주 법정기한을 넘기는 이유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매년 '양보 없는 극한대립'을 벌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이래 사용자·근로자·공익위원 어느 한쪽도 퇴장하거나 불참하지 않고 표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경우는 9번에 그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서 공익위원들 손에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으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점이 이번에 이례적으로 심의 법정기한이 준수된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결국엔 공익위원들의 안을 놓고 표결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다 보니 공익위원들이 의지와 의사가 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올해 역시 공익위원이자 최저임금위원장인 박준식 한림대 교수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새 정부 출범 첫해 최저임금 심의'라는 이유로 법정기한을 준수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62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위원장(오른쪽)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하고 있다. 2022.6.30


◇ '최저임금 1만원' 이번에도 무산…'하투'(夏鬪)에 기름 부을 듯

내년도 최저임금이 9천620원으로 정해지면서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은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일단 달성되지 못하게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했으나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했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결정된 2018년도 최저임금(시간당 7천530원)은 2017년(6천470원)보다 16.4%(1천60원) 인상됐고 2019년도 최저임금(8천350원)은 2018년에 견줘 10.9%(820원)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였던 적은 총 9번밖에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해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자 '속도조절론'이 제기됐고 2020년도 최저임금(8천590원)은 2019년보다 2.87%(24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지난해(8천720원)와 올해 전년 대비 최저임금 인상률은 1.5%(130원)와 5.1%(440원)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목표액'을 제시한 적은 없다.

다만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구분(차등) 적용'을 공약했다.

경영계는 이번에 구분 적용을 여느 때보다 강하게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의 임금지불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 연구를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권고가 제시되면 검토해보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노동계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구분 적용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저임금 노동자 생활을 보장한다'라는 최저임금제 취지를 '형해화'한다는 것이 노동계 지적이다.

특히 '소상공인 임금지불능력 한계' 등을 이유로 구분 적용을 도입한다면 사실상 최저임금을 낮추는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근거(근로기준법 4조 1항 단서)를 없애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계 요구안에 크게 못미치면서 노동계 '하투'가 더 거세지고 정부와 대립각도 더 날카로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도 노동계와 정부·경영계 사이 '불씨'로 남았다.

당장 내달 2일 예정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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