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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비례대표 총사퇴론에 ‘노동 대 젠더’ 갈등까지…분열 양상 보이는 정의당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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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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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의당의 쇄신 작업이 자중지란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쇄신안이 호응 받지 못하자 비례대표 의원들 총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당 정체성을 놓고 ‘노동 대 젠더’라는 해묵은 갈등 구도가 재연되고 있다. 당 존립을 좌우할 쇄신 논의가 계파 간 자리 싸움으로 변질되는 등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은 6일 ‘경제위기 민생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생 진보정치의 노선을 분명히 세우겠다”며 “위원장을 맡은 배진교 의원을 필두로 여섯명 국회의원 전원과 당 전체가 민생 현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 민생대책위 발족은 지난 4일 정의당 의원들이 발표한 쇄신안 내용 중 하나다.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 의원은 ‘모든 의원실 역량을 총집결한 경제위기민생대응TF 구성’ ‘의원 1인당 최소 2000명 당원 모집’ ‘차기 총선·지방선거 출마예정자 네트워크 운영’을 쇄신 대책으로 발표했다.

해당 쇄신안에 대한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된다. 지방의원 출신 당원 A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정의당의 쇄신 논의에서 매번 얘기되는 대안들과 똑같다”며 “항상 해야 하는 일들이지 현재 당이 위기에 빠진 원인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고위 당직자 출신 당원 B씨는 “하나마나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원 5명의 사퇴를 권고하는 당원 총투표 제안이 나왔다. 정호진 전 수석대변인은 전날 당원게시판에 올린 총투표 제안문에서 “지도급들의 강력하고 전면적인 인적 쇄신 없이 국민들은 정의당에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최대 자원인 비례대표 의원 5석을 통해 달라지는 정의당을 보여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당원 총투표는 전체 당권자의 5% 이상이 서명해야 공식으로 발의된다.

당원 총투표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B씨는 “비례대표들이 사퇴한다고 정의당이 정신 차리고 혁신했다고 비칠 것인가”라며 “너무 손쉬운 희생양 찾기”라고 주장했다. 당원 C씨는 “누구를 탓하는 식의 반성과 쇄신 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A씨는 “현 비례대표들이 사퇴하면 총투표를 제안한 정파 소속 당원들이 비례대표 후순위 순번으로 국회에 들어간다”며 당내 계파싸움의 성격이 크다고 비판했다. 당원 총투표 발의 요건을 채우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정체성을 놓고 ‘노동 대 젠더’ 이분법적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20·30대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강조하는 주장이 부각되며 노동 의제 중심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비대위 내에서도 “2기 정의당은 노동을 토대로 하고 활동가와 당원을 뼈대로 하는 재창당이어야 한다”(한석호 비대위원)는 목소리가 나온 상태다.

이에 대해 장혜영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높은 성별임금 격차, 끝없이 재발하는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서 보듯 페미니즘과 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반박했다. 류호정 의원은 전날 SNS에 “‘이건 노동 의제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논쟁하고 비난 앞에 주저하는 사이 우리는 어느 것도 확실하게 하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계파 자리싸움과 해묵은 정체성 갈등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제3정당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른바 민주당 2중대 논란에서 탈피하는 데 집중하자는 취지다. B씨는 “정의당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한국 사회가 덜 진보적이었던 과거에 더 기대를 받았던 건 새로운 세력으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라며 “양당정치와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조국 사태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정의당이 알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며 흔들려왔다. 10년 간 진보개혁 진영이라는 틀 안에서 민주당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에 갇혀있었다”며 “독립된 정당으로서 이를 탈피하려면 한동안 힘든 길을 갈 각오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광연·탁지영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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