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이 10일 도쿄에 있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자택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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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피격됐을 당시 경비를 책임졌던 현장 경찰관들이 첫 번째 총성이 울린 뒤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총격범은 범행 전날 다른 유세장에서 총격을 가하려다 접근이 어려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NHK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아베 전 총리가 유세 중이던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 거리에서 경비 업무를 섰던 경찰관들은 “첫 총성이 울린 뒤에야 수상한 사람을 처음으로 인식했다”고 진술했다.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는 아베 전 총리의 등 뒤에서 7~8m 거리까지 접근한 뒤 직접 제작한 사제 총기로 두 발의 총탄을 발사해 아베 전 총리를 살해했다. 아베 전 총리는 첫 총성이 울렸을 때 뒤를 돌아본 뒤 약 3초 뒤 두 번째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전문가들은 총격범이 아베 전 총리에게 접근하기 전에 제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경시청 간부는 NHK에 “수상한 물건을 소지한 인물을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시킨 (경비) 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격범이 첫 번째 총탄을 발사한 뒤 경찰관들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 특수급습부대(SAT)에 근무했던 한 경호 전문가는 “두 번째 총격에 대한 대응이 문제”라고 말했다. 첫 번째 총성이 울린 후 경찰이 곧바로 아베 전 총리의 머리를 숙이게 한 뒤 현장을 빠져나갔어야 했는데, 이 같은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는 요인 특별 경호를 담당하는 경시청 보안 요원 1명과 나라현의 사복 경찰관 등 수십명이 배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세장 경비 총책임자인 나라현 경찰본부의 오니즈카 도모아키 본부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경호·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배후 경비 태세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중심으로 경비 태세를 검증할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야마가미가 자신의 어머니가 빠진 종교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특정 해외 종교단체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어머니가 신자이고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다”며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애초 이 종교단체의 지도자를 노렸으나 접근이 어려워지자 아베 전 총리로 대상을 바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범행 하루 전인 지난 7일에도 아베 전 총리가 참석한 오카야마(岡山)시 연설회장에 총기를 들고 가 저격하려 했으나 소지품 검사로 인해 접근이 어려워 실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NHK는 야마가미가 범행 한 시간쯤 전인 지난 8일 오전 10시20분쯤 나라시 유세 현장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지난 9일 오후 1시35분쯤 도쿄 시부야구 자택에 도착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후쿠다 다쓰오 자민당 총무회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자택 앞에서 운구차를 맞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운구차가 도착한 지 15분쯤 뒤 아베 전 총리 자택을 방문해 10분쯤 조문하고 떠났다.
TBS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은 오는 12일 도쿄 미나토구 사찰인 조죠지에서 가족과 가까운 친척들이 참석해 치러질 예정이다. 아베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상주를 맡는다. 아베 전 총리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다.
기시다 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아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주최하는 장례식은 추후에 거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20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장례식도 당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아 정부와 자민당 합동장으로 치러진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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