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밀착에 민감한 반응”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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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일을 기점으로 일본 주변에서 항공기와 함정의 활동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러가 촉발한 국제 안보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일본 방위성 발표를 바탕으로 일본 열도 주변 공역·해역에서 중·러의 군사적 활동이 발견된 사례를 집계한 결과, 지난 2월 말 러시아 우크라 침공 이후 4개월간 약 90회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그 이전 4개월 동안 35회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2.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군사 행동의 횟수(빈도)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며 “중·러 항공기와 함정의 공격적 성향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했다. 지난달 7일 러시아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항공기 4대가 홋카이도 서쪽에서 삿포로 방향으로 직진, 항공자위대가 전투기를 긴급 출동시킨 게 단적인 예다. 이들 항공기들은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모습을 보이자 그때야 방향을 틀었다. 지난달엔 중국과 러시아 함정이 이례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일본 열도를 일주하기도 했다. 중국 함선 3척은 6월 12~13일 대마도 인근 대한해협에서 출발, 6월 말까지 홋카이도를 거쳐 오키나와까지 일본 인근 해역을 한 바퀴 돌았다. 러시아군 역시 함정 7척이 6월 15일 홋카이도 동부 해역에 등장한 뒤 대한해협까지 항행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러 함정의 항로는 달랐지만 양국이 공동 행동을 통해 상호 연계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러의 군사 행동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일본을 찾아 미·일 동맹 억지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쿼드 4국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더욱 활발해졌다. 쿼드 정상회의 당일엔 중·러 폭격기 6대가 일본 주변에서 공동 비행하기도 했다.
국제정치학자 진보 겐 게이오대 교수는 “최근 중·러의 행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함께 여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전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역시 이 같은 중·러의 공동 행동이 단순한 시위성이 아니라고 보고, 경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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