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비극 막으려면
단전 등 34개 정보로 상시 발굴
1만원대 건보 16개월 밀렸지만
건보료만으론 대상에 포함 안돼
2022년 위기정보 명단만 544만명
인력 부족해 ‘셀프 신청’에 의지
9월부터는 39종 데이터로 확대
소재 불명 땐 경찰 도움 받기로
2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망 사건’ 이후 복지 예산을 늘리고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과 상시적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운영해왔지만 수원 세 모녀에겐 무용지물이었다.
투병과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정부와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허망하게 삶을 마감한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 현관. 수원=오상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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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송파 사건을 계기로 18개 기관으로부터 단전·단수·보험료 체납 등 34종류의 정보를 받아 이 중 상위 2∼3%인 집중조사 대상 가구를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의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여성과 40대 두 딸도 월 1만원 대의 건강보험료를 16개월간 체납해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은 ‘고위험군’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건보료 체납 만으로는 고위험군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을 2020년부터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지만 사실상 지자체가 이들을 모두 돕기도 어렵다. 올해 명단에 오른 위기정보 입수자는 544만명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8차례에 거쳐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세 모녀의 체납 정보를 공유했을 뿐이다.
‘약자 복지’를 내건 정부는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위기가구의 소재·위치 파악이 안 될 경우 경찰 도움을 받아 소재를 파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세 모녀가 지난달 중순 화성시의 공적 관리망에 들어왔지만, 이들이 이미 수원시로 이사를 가버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 모녀는 수원시에서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지자체에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주거지 미상인 위기가구에 대해 경찰이 실종자나 가출자를 찾을 때처럼 소재 파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 개인정보와 연관돼 법적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암·희귀병 투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고 있다. 세 모녀의 장례는 수원시 공영장례로 치러진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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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복지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9월6일 새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오픈돼 발굴 시스템 연계 정보가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된다”며 “이게 앞서 됐다면 수원 세 모녀 사례도 고위험군에 포함돼 지자체에 통보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음 달부터 △중증질환 산정특례 △요양급여 장기 미청구 △장기요양 등급 △맞춤형 급여 신청 △주민등록 세대원 등이 항목에 추가된다.
문제는 인력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도와달라고 스스로 찾아오기 전 정부·지자체가 먼저 찾아내는 구조를 만들려면 결국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많은 공무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관련 업무에 집중 배치된 상황이다.
공적 정보가 당사자들의 실생활을 담지 못한다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세 모녀는 건보료 체납 외에도 34종에 있는 ‘세대주가 사망한 가구’에 해당했고, 빚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지부가 입수한 정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제 생활 환경이 공적인 정보 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며 “연체 정보는 과거 2년 동안 연체된 금액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입수 기준인데 여기에 포함이 안 됐을 수도 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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