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생존 자체가 과제, 최악 피하자"…발로 뛰는 재계 총수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영 위기에 현장 경영 늘리는 총수들…최태원 회장, 최근 미국서 공급망 챙겨

더팩트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 위기 대응 차원의 현장 경영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미국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SK그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문제, 금리 인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총수들은 내부적인 해결책 논의에 머물지 않고 직접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출장 중 회사 핵심 성장 동력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분야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는 등 활발한 경영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77차 UN총회 기간 동안 각국 정상들이 뉴욕에 모인다는 점을 고려,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과의 면담을 이끌어낸 뒤 배터리 분야 핵심 원재료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은 세계 1위 동박 제조업체인 SK넥실리스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핵심 소재인 동박의 원재료를 공급하는 잠비아의 구리 광산은 SK에는 흥미로운 기회"라며 "SK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 협력 외에도 잠비아가 태양광·수력 등 그린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전환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히칠레마 대통령은 "SK와 잠비아의 사업 협력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최태원 회장은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 이어 새 정부 국정 과제인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을 맡으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경영·민간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빡빡한 일정에도 미국을 찾아 다른 국가 정상과의 만남을 직접 추진한 건 그만큼 BBC 분야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번 면담 이후 SK와 잠비아 간 협력이 구체화되면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팩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잠비아 대통령 면담 이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 Night(SK의 밤)' 행사에 참석했다. 정관계, 재계 고위급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대미 투자를 포함한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를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 출장에 앞서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비즈니스 카운슬 추계 포럼에 참석해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일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은 BBC 사업의 주요 기술·공급망 파트너로, 최태원 회장의 행보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비상 경영 상황을 타개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읽힌다.

아울러 최태원 회장은 미국에서 가진 언론 간담회에서 냉혹한 현 경영 현실을 언급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미·중 갈등으로 기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대해 "어떤 시나리오가 일어나도 최소한 생존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과거처럼 이익을 극대화해 효율성을 쫓는 것보다 안전을 택하는 것이 우선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 칩4(Chip4) 동맹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는 "관련 법안이나 정책이 최종 마무리되기 전까지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며 그에 맞는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태원 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 총수들도 경영 전면에 나서며 난국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경영 복귀 후 국내 현장 경영을 통해 내부 결속 다지기에 주력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도 재개, 멕시코·파나마·캐나다·영국 등 보름에 걸친 출장을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정확한 출장 동선을 알려지지 않았으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 요청, 현지 임직원 격려뿐만 아니라 주요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과 전략을 점검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서 판 반 마이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향후 국내외 현장 경영의 속도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추가 출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벌써 제기된다. 우선 다음 달 방한 예정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삼성전자 간 대형 거래가 성사될지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ARM을 인수할 경우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세운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달 초 보름 동안 미국에 머무른 후 귀국한 지 한 달이 안 돼 다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현대차를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자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정의선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LA에 있는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을 찾아 사업 현황과 판매 전략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올해 초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던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조만간 해외 출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행선지는 폴란드로, 다음 달 중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며 그룹의 핵심 사업 전략을 재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점검한 뒤 이달 초 베트남 호찌민시에 건설하는 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했다. 중국 사업 철수 후 중요도가 더욱더 높아진 동남아 시장의 주요 사업을 직접 챙긴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금리 인상, 스태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 속에서 매출, 영업이익 등의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진단하며 내부적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rock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