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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법, 개방된 공간서 추행 범죄에 ‘주거침입’ 성폭력처벌법 조항 적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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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개방된 공간에서 여성을 추행한 범죄에 ‘주거침입’과 ‘강제추행’이 결합한 성폭력처벌법 조항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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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과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작년 4월 PC방에서 B양(당시 17세)의 다리 부위를 촬영하고서 홀로 음란 행위를 하고, 1시간 후 귀가하는 B양이 아파트 1층 계단을 오를 때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그날 밤 인근 상가 1층에서 C양(16세)을, 다른 아파트 1층에선 D양(17세)을 추행한 혐의도 받는다. 1·2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 유죄에 적용된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제추행’은 ‘주거침입’과 ‘강제추행’이 결합한 범죄다. 그런데 대법원은 A씨가 상가 1층에서 C양을 추행한 혐의에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올해 3월 변경한 주거침입죄 판례에 따른 것이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평온 상태를 해쳤다고 보고 죄를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씨가 B양과 D양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죄에 대해선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제추행’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은 내부의 엘리베이터나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거주자의 평온을 위해 보호해야 하므로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거 등의 용도와 성질, 외부인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에 따라 ‘침입’에 해당하는지가 달리 평가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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