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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1 (일)

    이슈 세계 속의 북한

    트럼프의 ‘김정은 편지’ 애착…뒤늦은 반환, 자랑 그리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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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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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편지에 관한 뒷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받은 편지 원본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거짓말을 불사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가졌던 것으로 3일(현지시간) 전해졌다.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유예시킨 것을 자신의 주요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부심이 김 위원장의 편지 소장에 대한 애착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서신에 대해 ‘아름답다’라거나 ‘연애편지(러브레터)’라고 표현하곤 했다. 하지만 서신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2020년 9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책 <격노>를 발간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부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고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 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한 2019년 8월까지 총 27통의 편지를 김 위원장에게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편지를 우드워드가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메모나 복사, 사진 촬영은 불허했기 때문에 우드워드는 편지를 낭독해 녹음함으로써 내용을 입수했고, 책을 통해 내용의 일부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 일부 언론을 통해 몇몇 편지의 원문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보낸 편지 원본의 행방이 관심을 끈 것은 올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퇴임하면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편지들을 관련 법에 따라 국립기록관리청(NARA)에 이관하지 않고 들고 나갔다가 적발돼 뒤늦게 반납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월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보관 중인 15박스 분량의 문서를 NARA에 이관했는데 여기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편지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워장의 편지를 NARA에 넘기기까지 적지 않은 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NARA가 지난해 5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에게 공문을 보내 미반환 대통령 기록물 반환을 촉구하면서 김 위원장의 편지를 콕 집어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NARA는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 사이의 서신 원본이 우리에게 이관되지 않았다”라면서 “우리가 파악하기로 2021년 1월 행정부 임기 만료 직전 원본들이 대통령을 위한 서류철에 끼워졌는데 NARA로 이관하기 위해 기록물 관리실에 반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ARA는 같은 공문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앞으로 써서 집무실에 남겨뒀던 편지 역시 이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처럼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편지 원본의 소재가 추궁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매기 헤이버먼 뉴욕타임스 기자는 곧 출간할 책에서 지난해 9월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인터뷰할 당시 오간 대화를 소개했다. CNN방송 등이 보도한 책 내용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나올 때 기념품을 챙겨왔느냐는 질문에 “대단한 것들이 있다. 편지들, 김정은의 편지들이다. 여러 개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헤이버먼이 김 위원장의 편지를 가지고 나왔느냐고 묻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니다. 그것은 기록물 보관소에 있을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것 대부분은 기록물 보관소에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편지들(을 포함해), 우리는 놀라운 것들이 있다. 나는 다른 지도자들의 놀라운 편지도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인 이런 태도에는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이해 부족과 더불어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주요 업적으로 여기는 자부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끌어냈다면서 자신이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이 주고받은 편지들이 진지한 내용보다는 번지르르한 아첨으로 가득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정상외교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도 이런 평가 경향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공개된 편지 원문을 보면 서로를 향한 번지르르한 아첨의 이면에는 해당 시기 미국과 북한의 전술적 목표와 상대에 대한 기대와 요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 분석가인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지난해 8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편지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양측이 서로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를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면서 만약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가 서신 교환을 재개하게 된다면 과거 서신 교환에서 무엇이 오갔고, 그것의 외교적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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