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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이루는 조직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건강을 유지한다. 그런데 일부 조직은 특정 요인으로 인해 가까운 이웃 조직처럼 둔갑하며 제 기능을 잃는다. 이를 의학 용어로는 화생(化生)이라고 한다. 화생은 이미 분화를 마친 조직이 형태·기능적으로 다른 조직의 성상을 띠는 병적인 현상을 가리킨다. 그 예로 식도가 위로, 위가 장으로, 근육이 뼈로 바뀔 수 있다. 문제는 한 번 바뀐 조직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그중 일부는 생활습관과 밀접해 일상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웃 조직으로 둔갑하는 화생 질환의 기전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바렛 식도
역류한 위산이 세포 바꿔
음식이 지나가는 길인 식도·위·장의 각 점막은 서로 다른 상피세포로 뒤덮여 있다. 그런데 식도의 상피세포가 위의 상피세포처럼 둔갑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바렛 식도’다. 1950년 영국 외과 의사인 바렛(Barrett)이 식도의 궤양 병변에 대해 처음 보고하면서 이 질환의 존재가 알려졌다. 바렛 식도는 강한 산성을 띠는 위산이 자주 역류하면서 위와 연결된 식도 끝의 점막이 위산으로부터 공격받아 변성된 질환이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위 내벽의 점막은 위산에 견디기 위해 두껍지만, 위산이 없는 식도는 점막이 얇다”며 “위산에 이겨낼 준비가 안 된 식도 점막 세포가 위산에 계속 노출되면 이를 방어하려다 변형돼 식도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렛 식도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 역류성 식도염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하부 식도 괄약근이 약해져 위산이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질환이다. 임신·비만 등으로 복압이 장기간 올라가 있거나, 구토를 반복적으로 할 때도 위산 역류로 인해 바렛 식도가 생길 수 있다.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명치에서 목구멍까지 화끈거리고 쓰린 증상, 식사 시 음식이 목에 걸린 듯한 이물감과 연하 곤란, 음식물이나 신물 또는 쓴 물이 목으로 올라오는 증상이 바렛 식도의 주요 증상이다. 마른기침을 자주 하거나 목이 자주 쉬는 증상도 동반한다.
문제는 바렛 식도가 식도암 유병률을 40~50배나 높인다는 것이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과거 서구에서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급증한 이후 바렛 식도, 바렛 식도에서 기인한 식도선암이 증가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꾸준히 증가한 국내에서도 10~20년 후 바렛 식도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렛 식도가 의심될 땐 위·식도 내시경검사, 조직 검사, 24시간 식도 산도(pH) 검사, 식도 조영술 등을 통해 진단한다. 바렛 식도가 발병했다면 약물 요법으로 역류의 빈도를 낮출 수 있다. 상태에 따라 위산 분비 억제제, 위·식도 운동 촉진제를 사용하고 증상이 나아지면 조금씩 약을 줄이는 방식이다.
약물을 끊으면 증상이 재발하는 경우, 약물에 대한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엔 식도 확장술 같은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바렛 식도 증상을 완화하거나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다. 뜨거운 차·음료를 지속해서 마시는 건 식도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약간 식혀서 마셔야 한다. 지방질이 많은 음식을 먹거나 과식, 식후 바로 눕는 습관, 비만 등은 복압을 높여 위산 역류를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
장상피화생
위산 줄어 발암력 감소
위의 상피세포가 소장·대장의 상피세포처럼 바뀌는 질환도 있다.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이다. 위에 염증이 발생하고, 이를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할 때 위 점막의 정상 구조물이 파괴되면서 장 점막처럼 변하는 질환이다. 이항락 교수는 “장상피화생의 발생 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그로 인한 만성 위축성 위염이 장상피화생과 관련 있다고 보고된다”고 언급했다. 위 표면은 상피세포로 덮여 있는데, 이 상피세포가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으로 손상받은 질환이 위염이다. 위염 초기엔 점막의 표층과 분비샘에 염증이 국한되지만(표재성 위염), 염증이 심해져 분비샘이 더 파괴되면 위벽의 상피세포가 위축돼 위벽이 얇아지는 만성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된다. 이로 인해 위산을 만드는 상피세포가 감소하면서 위산도 줄어든다. 김경오 교수는 “위산이 없어진 위 속 환경은 장내 환경과 비슷해진다”며 “이럴 경우 헬리코박터균 등으로 망가진 위벽이 장 점막처럼 재생되는 장상피화생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산은 위 속 발암인자를 깨부수는데, 위산이 크게 줄어든 장상피화생 환자는 위암 발생에 취약해진다. 장상피화생이 있는 사람의 위암 발생률은 장상피화생이 없는 사람보다 4~11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장상피화생을 위암의 전구 병변으로 치는 이유다.
위축성 위염에서 장상피화생으로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기본 치료법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다. 9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암물질로 규정한 헬리코박터균은 감염 시 위암 발생 위험성을 2~3배 끌어올린다. 위암 환자의 75%가량이 이 균과 연관돼 발병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짠 음식은 자제해야 한다. 짠 음식은 헬리코박터균의 독성을 강화해 이 균의 감염 위험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장상피화생을 진단받았다면 식단은 저지방식으로 개선하는 게 권장된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위해 십이지장을 강하게 자극하는데, 이때 담즙(쓸개즙)이 많이 분비되면서 십이지장에서 위로 담즙산이 역류해 장상피화생을 악화할 수 있어서다.
FOP 손발가락 기형 땐 유전자 검사를
근육이 뼈로 바뀌는 선천성 희귀 질환도 있다. ‘진행성 골화섬유형성이상(FOP)’으로, 200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 이 질환은 뼈를 만드는 단백질 수용체인 ‘ACVR1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조태준 교수는 “출생 당시엔 엄지발가락이 휜 것 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자라면서 온몸의 근육이 점차 뼈로 바뀌는 골화(骨化) 현상이 진행되며, 관절이 굳어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특징적인 증상으로 갓난아기 때 머리·목에 멍울이 잡히는데, 이 증상은 심하지 않고 저절로 좋아져 이 시기에 FOP를 진단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세 이전부터 외부 충격으로 타박상을 입거나 심한 운동을 한 경우 외상 없이 목·등·팔·다리가 붓고 아프며 주변 관절을 움직일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난다. 신생아의 손발가락에 선천성 기형이 동반된 경우 ACVR1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면 이 질환의 조기 진단에 도움된다.
Tip 식도·위 둔갑 질환 대처법 화생 질환 가운데 노력해서 예방하거나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질환이 바렛 식도와 장상피화생이다. 생활습관에 따라 두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두 질환 대처에 필요한 생활습관을 숙지해 보자.
바렛 식도
·식사 땐 배가 살짝 차는 정도로
·식후 4시간 이내에 눕지 않기
·운동으로 복부 비만 관리하기
·뜨거운 차는 약간 식혀서 마시기
·육류는 지방이 거의 없는 부위로
장상피화생
·짠 음식 자제하기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받기
·금연하기
·저지방식에 다양한 채소 곁들이기
·1년에 한 번 위 내시경검사 받기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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