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방문해 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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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원·하청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꾸려 내년 초까지 실천협약을 만들고, 인력난 해소를 위해 청년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이 주로 원·하청의 자율 개선에 맡겨진 데다 애초 이중구조 문제를 제기한 하청노조 등은 협의체에서 빠져 실효성 논란이 인다. 특별연장근로도 최대 180일까지 허용키로 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권 문제도 불거진다.
정부는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조선산업 격차 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주로 원하청이 자율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우선 원·하청 간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11월까지 조선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참여하는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의체’를 꾸린 뒤 논의를 거쳐 내년 1분기 안에 관련 협약을 맺기로 했다. 주요 안건은 원·하청 사이 첨예한 문제인 △적정 기성금(작업 대가로 주는 돈) 지급 △ 원·하청 노동자 간 이익 공유 △직무·숙련 중심 임금체계 확산 △다단계 하도급 구조개선 등이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청년이 3달 이상 조선업에서 근속하면 취업정착금 100만원 지급하고, 본인이 연간 150만원을 적립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450만원을 추가 적립해주는 ‘조선업 희망공제’ 지원 인원과 지역도 늘리기로 했다.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채용사다리 제도’도 활성화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를 조선업에 최우선 배정하겠다는 내용도 대책에 담겼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조선업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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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도크 점거농성 등으로 애초 이중구조 문제를 제기한 하청업체 노동자와 원청 노동자 등은 상생협의체에서 빠져 원·하청 업체만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적인 협약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원·하청 노사 이해관계가 다르고 신뢰 형성이 안 돼 있어 원· 하청업체 먼저 하고 이후 노사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협약을 만드는 과정부터 노사가 함께하지 않고 사용자만 모여 협약을 만든 뒤 하청 노조는 나중에 가서 끼워주겠다는 정부 발상이 황당하다”며 “명백한 갑을관계에 있는 원하청 사용자들끼리 모여 협약을 만들라는 건 원청 입맛대로 하라는 것과 같다”고 짚었다.
현재 90일까지 쓸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기간 한도를 조선업 등 제조업엔 최대 180일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 최대 52시간 체제에서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되면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6개월에 이르게 되면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박종식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선업 인력난 문제에 대응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조선업 이미지를 장시간 노동 업종으로 고착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김영배 선임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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