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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조선업 원·하청 문제 ‘양측 자율’ 맡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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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격차해소책…내달 ‘상생협의체’ 만들어 협약 논의

민주노총 “기업 자율성만 강조…하청 노동자 목소리 무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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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업의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19일 발표했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원·하청 간 격차 문제가 불거진 뒤 3개월 만이다. 정부가 원·하청 간 상생협력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선업 격차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특정 업종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간 자율해법’을 강조했다. 노동부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기성금(하청업체가 원청에서 받는 도급비)이 적정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맺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는 실천협약 논의·체결을 위한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의체’가 운영된다. 실천협약 결과를 토대로 내년 말쯤에는 이를 원·하청 노사 4자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협의체로 확대한다. 하도급 구조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우선 오는 12월까지 조선업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개선하고, 내년 상반기엔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 의무화를 실시한다.

노동부는 또 신규 인력이 유입되고, 숙련 기능인력이 우대받을 수 있는 조선업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내년부터 청년에게는 3개월 근속 시 취업정착금 100만원을 지원하고, 하청노동자에게 정규직 채용 기회를 부여하는 ‘채용사다리 제도’를 복원한다.

원·하청 간 이중구조는 지난여름 51일 동안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불거졌다. 원청에서 하청업체로, 다시 물량팀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위험한 업무는 사내하청 등 외주로 떠밀렸다.

정부가 조선업 원·하청 임금 격차를 조사해보니 하청노동자 평균 연봉은 3000만~3500만원으로, 원청노동자(6700만~7500만원)의 50~70% 수준에 불과했다. 연평균 근로일수는 원청 180일, 하청 270일이었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사전 브리핑에서 “지금부터 3~5년 정도를 조선업 이중구조 해소와 초격차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며 “격차의 근본적인 부분은 인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어렵다. 숙련 인력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동력(모멘텀)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조선업의 이중구조 문제를 인정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하청노동자의 지위 등 근본 문제는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같은 일을 하거나 혹은 더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하청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정부 대책안에는 그 핵심이 빠졌다”며 “정부의 책임과 역할은 보이지 않고 기업의 자율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 차관은 이중구조 문제는 원·하청 노사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기존과 같이 정부의 규제나 재정 투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원청을 상생협의체로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천천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조선업이 그동안 부진을 벗어버리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의미 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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