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 이재명은 한푼도 취한 바가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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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자금을 정조준한 가운데, 이 대표는 21일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의혹을 포괄하는 ‘대장동 특검(특별검사)’ 실시를 여권에 제안했다. 자신이 지난 3월 초 대선 마지막 TV토론에서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던 ‘대장동 특검’을 난국 돌파 카드로 다시 꺼낸 것이다.
이 대표가 7개월 만에 특검을 제안한 건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을 논란에 끌어들이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날 당내에서조차 “입법 사항인 특검을 꺼낸 것 자체가 당 전체와 진영을 결집해 옥쇄투쟁에 들어가는 외길이다. 출구가 사라졌다”(민주당 비수도권 의원)는 우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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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사탕 받은 적도 없어”…“조작·보복 수사” 檢성토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특별 기자회견에서 “저는 불법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 개도 받은 것이 없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은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즉시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특검 제안의 명분으로는 ‘민생’을 꺼냈다. 그는 “뿌리부터 줄기까지 사건 전모 확인은 특검에 맡기고, 정치권은 어려운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총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제안한 특검 수사 범위는 대부분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주임검사였던) 부산저축은행 수사 의혹과 이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의혹 ▶윤 대통령 부친의 집을 김만배씨 누나가 구입한 경위 ▶화천대유 자금흐름 진술 변경 과정의 조작수사·허위진술교사 의혹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총망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조차 “이런 거로 어떻게 여당을 설득하냐. 상대방의 의혹이 더 많으니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재선 의원)는 말이 나온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검찰 수사에 대한 거부감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최근 검찰 수사 흐름에 대해 “파도 파도 나오는 것이 없으니 이제 조작까지 감행하는 모양”이라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왜곡되고, 야당을 향한 정치탄압과 보복수사의 칼춤 소리만 요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한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실패하면 또 다른 시도를 할 것”이라며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수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에 체포된 자신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선 강한 신뢰를 보였다. 이 대표는 ‘김 부원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입장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가정적 질문에 제가 가정적으로 답할 이유는 없다. (김 부원장은) 오랫동안 믿고 함께한 사람이고, 저는 지금도 그의 결백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김 부원장을 통해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정식 후원금을 냈는지는 제가 모르지만, 법이 허용하지 않는 옳지 않은 돈을 낸 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후 민주당 공보국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합법적인) 공식 후원으로 범위를 넓혀도 김 부원장이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이 대표에게 50만원을 후원했을 뿐이며, 2021~2022년 대선과 경선 과정 등에서 정치자금을 후원한 사실이 없다”고 알렸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대선자금 수억 원 받은 사람이 100만원 후원금마저 되찾아갈까”라며 “(김 부원장이) 2021년 대선 경선 때는 7월 9일 100만원을 후원했다가 8월 22일 그나마 반환받아 갔다”고 밝혔다. 이는 1시간 30분 전 발송된 민주당 공보국 메시지엔 없었던 내용이다.
2019년 12월 성남 분당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재명 지사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과 함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김씨가 2019년 12월 15일올린 김씨의 블로그 게시물에서 캡쳐했다. [김용 블로그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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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카드로 여야 격돌 불가피…“민주당 전체가 인질”
이 대표가 최측근 인사의 체포에 대해 국회 입법이 필요한 ‘특검 카드’를 꺼내면서, 향후 국회 내 여야 격돌도 불가피해졌다. 이 대표는 특검법에 대해 “저는 (국민의힘이) 거부한다고 이번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거부할 경우에는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대선 막판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가 발의한 특검법을 추진하거나 새 특검법을 발의하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특검법의 특성상,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는 한 통과는 불가능하다. 일단 국회 법사위 심사안건 결정 권한을 쥔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다. 패스트트랙 카드를 쓰려 해도 유일한 비교섭단체 법사위원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설득이 쉽지 않다. 설령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무위에 그칠 수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이 대표가 특검법을 꺼낸 목적이 진영 결집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당과 당 대표가 한 몸으로 묶이게 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 주변과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이 검찰 수사로 더 구체화되면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민주당 내부가 분열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대표의 특검 카드엔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전체를 인질로 삼아 정치적 연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검법 심사를 둘러싼 국회 내 힘겨루기가 장기화하면 민주당 지도부가 ‘장외 투쟁’ 수순을 밟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처럼 민주당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이재명 수호, 특검법 통과’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장외투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오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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