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게임물은 2017년 도입된 자체등급분류제에 따라, 게임위가 일정 기준을 만족한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선정하면 이들이 유통할 게임의 등급분류를 매기게 돼 있다. 삼성·구글·애플 등 유통 대기업들이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다. 게임물관리위는 해당 분류가 적절한지 사후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등급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 및 아케이드 게임은 자체등급 분류가 아닌 게임물관리위의 사전 심의를 받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이른바 ‘블루아카 사태’ 자체는 인터넷 커뮤니티 내 젠더 갈등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를 계기로 게임위의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규제 기관의 전문성·투명성 문제로 비화했다. 게임위가 ‘바다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아케이드 게임 ‘바다신2’를 전체 이용가로 심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심의 과정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밀실 심사 관행도 지적됐다.
이를 계기로 자의적인 등급분류 기준과 심의위원 자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심의위원 9명은 사회 각 분야에서 추천을 받아 위촉되는데, 이들이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심의위원들이 게임 등급분류 시 의견을 개진한 비율은 5.93%에 그쳤다. ‘외주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2017년 약 40억원의 세금을 들여 외주를 맡긴 자체등급분류 사후관리 시스템이 5개 중 2개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등 ‘먹통’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게임위는 가장 중요한 역할인 심의와 사후관리를 형식적이고 방만하게 수행했다”며 “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앞은 ‘게임위 비위 의혹 규명을 위한 국민감사청구 연대서명’에 참여하려는 이용자 5489명이 서강대교 남단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연대서명을 주최한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감사청구제도가 도입된 2001년 이래 가장 많은 서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앞서 게임물 사전심의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도 이용자 5만명이 동의하면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게임업계는 젊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기업과 정부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 우마무스메 부실 운영 등 게임사들을 상대로 트럭 시위, 마차 시위를 해본 이용자들이 이번엔 규제 기관을 향해 ‘똑바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근본적인 불만은 게임에 대한 게임위의 관점이다. 게임을 ‘청소년 교육에 부정적’이며 ‘사행심을 유발하는 유해 매체’로 보고 심의한다는 점이다. 등급분류 기준이 영상·웹툰 등 국내 다른 산업이나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란 지적이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심의위원을 선발하는 구조 등에 비판이 계속되는 배경이다.
논란이 커지자 게임위는 1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용자 소통 강화 방안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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