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후 첫 재판 출석한 남욱 |
(서울=연합뉴스)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민간사업자 남욱 씨가 21일 법정에서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개발 이익 1천200억원을 챙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법적으로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소유로 돼 있지만,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씨가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해 '그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남씨의 증언은 그분이 사실상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임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씨는 22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증언 이유에 대해 "내가 잘못한 만큼만 처벌받고 싶다"고 했다. 남씨에 앞서 구속기간 만료로 지난달 출소한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역시 기자들과 만나 "이 세계엔 의리 그런게 없다. 숨길까 생각했는데, 다 말하겠다"며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6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이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있겠느냐"고도 했다.
지금껏 나온 이들의 주장과 검찰의 공소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종합하면 이 대표의 측근인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이 대장동과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자로 김만배 씨 등이 선정되도록 해 주고 그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거나 약정받은 것으로 요약된다. 일부 자금은 공교롭게도 2014년 성남시장 선거, 2018년 경기지사 선거, 2021년 대선후보 경선 등을 전후해 받은 것으로 돼 있다. 김만배 씨가 "필요할 때 쓰라"고 하자 정 실장은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라고 했다거나, 돈을 주지 않자 "이 양반 미쳤구먼"이라는 진술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이 대표측 지분이 선거 자금용이라는 정황에 힘을 실어주는 증언들인 셈이다.
남씨나 유씨의 증언이나 기자회견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핵심 피고인들이 기자들을 만나 자기주장을 풀어 놓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은 '뒤늦은 자백' 이유를 "죄를 뒤집어쓸 수 없어 사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다. 남씨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은 씨알도 안 먹힌다"며 이 대표 관련성을 부인한 전례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의 증언은 이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많은 사람이 가졌던 '합리적 의심'에 상당 부분 부합하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쯤 되면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대장동 일당의 폭로는 검찰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 이들의 진술만 가지고 야당 대표를 수사하거나 기소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들의 진술로 인해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 확보가 필요해졌다. 검찰이 이날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것 역시 이 때문일 것이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민간업자가 천문학적 이익을 얻은 이 사건이 지방 권력의 사유화를 통한 밀거래였음을 밝히는 것이 검찰 수사의 초점으로 보인다. 검찰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도록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낸다면 '정치보복 수사' 주장도 자연스레 사그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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