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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국 국빈 방문 마크롱 “인플레감축법 너무 공격적”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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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을 국빈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무명용사 묘를 참배하고 있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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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기차 등 외국산 제품을 차별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너무 공격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계도 불이익을 받는 이 법에 대해 유럽을 대표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30일 미국 민주·공화당 의원들 및 기업가들과 의회도서관에서 한 오찬에서 이 법은 “우리 기업가들에게 너무 공격적”이라며 “유럽에서 많은 일자리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나는 당신들 것과 완전히 똑같은 생산품이 있으니까 미국 상품을 파는 시장이 되고 싶지는 않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아마 당신들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당신들은 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너무 솔직히 말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대사관에서 한 연설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보조금 제도는 “서구를 분열시키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8월에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고, 전기차 배터리 부품·소재도 미국산을 우대하며 외국산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미국이 보호주의를 본격화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위반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동맹국들의 반발 속에 미국은 우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겠다며 유럽연합(EU)이나 한국과 협의 채널을 만들었지만 해법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유럽 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유럽은 에너지난 등으로 큰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데,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입법으로 동맹의 뒤통수를 쳤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에 대한 보조금 정책으로 유럽 제품의 판로가 좁아지고, 유럽 기업 생산시설은 보조금을 받고 불이익은 피하려고 미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지난 22일 만나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으로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한 중국의 산업정책 모델을 따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유럽산 우선 구매법’을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을 찾은 마크롱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에 직설적 발언으로 불만을 털어놓고 기선을 잡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좋은 친구로서 존중받고 싶다”는 말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태도는 핵심 동맹이면서도 종종 긴장에 빠지는 미-프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해에는 미국과 영국이 오스트레일리아의 핵잠수함 건조를 돕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자국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맺은 거액의 잠수함 판매 계약이 수포로 돌아가자 미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프랑스에선 미국이 등 뒤에서 칼로 찔렀다는 비명도 쏟아져 나왔다.

우크라이나를 함께 지원하는 미국과 프랑스는 전쟁 종결 방식이나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놓고도 의견이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원하지 않는 종전은 없다며 사실상 ‘승리에 기반한 종전’을 추구한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종전을 적극 중재하고,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유럽 안보 체제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철저히 배척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빈 방문하는 외국 정상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에도 국빈 방문 형식으로 미국을 찾았다. 그만큼 미국은 프랑스를 신경쓰지만 양쪽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어렵게 만드는 사안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프 정상은 1일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특히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안보에 대한 도전”이 가장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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