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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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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시위’에 놀란 중국, 급격한 방역 완화…‘위드 코로나’ 앞당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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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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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장기간 이어진 ‘제로(0)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후 당국이 방역 완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국경 재개방 등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는 급격한 방역 정책 선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각 지역에서는 지난 주말을 전후해 파격에 가까운 방역 완화 조치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철통 방역을 유지해 온 수도 베이징은 거의 모든 코로나19 통제 조치를 푸는 수순을 밟고 있다. 베이징시는 5일부터 대중교통 이용시 더 이상 핵산(PCR) 검사 음성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대형 마트나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서도 같은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져온 전 주민 대상의 일상적 코로나19 검사 체계를 고위험군과 밀접 접촉자 등을 중심으로 표적화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베이징에서는 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던 핵산검사소가 대폭 축소됐고, 일부 주거지역에서는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핵산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안내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문을 닫았던 상점과 쇼핑몰들도 하나둘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중단된 음식점 매장 영업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등교 수업만 재개되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는 셈이다.

시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방역 조치 완화는 감염자 발생 지역의 봉쇄와 격리 지침이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하던 방식에서 동 단위 봉쇄로 전환하더니 최근에는 감염자와 같은 층, 같은 라인만 열십자(十) 형태로 봉쇄하거나 아예 감염자의 주거지 이외에는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방역 당국은 무조건 격리 시설에 집중 격리하던 감염자에 대해서도 자가 격리와 치료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한 시민은 “어느 정도 방역 완화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사한 방역 완화 움직임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다. 톈진(天津)시와 광둥(廣東)성 선전시 등 여러 지역이 이미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요구하던 핵산 검사 요건을 없앴다. 충칭(重慶)시와 광둥성 광저우(廣州)시 등은 봉쇄 해제에 이어 상시적인 핵산 검사 대신 필요한 경우 주민들이 가정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속속 방역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방역 완화 흐름은 지난달 27∼28일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후 일주일 새 나타난 것이다. 시위 직후인 지난달 29일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중의 지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풀 것은 다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 관영매체들의 방역 완화 군불 때기도 한창이다. 제로 코로나를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라지고 오히려 대대적으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독성이나 증상이 독감 수준에 불과하다는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광저우시 방역 당국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16만명을 넘어섰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위중증 환자는 4명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오미크론의 독성이 이전의 변이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앞당기기 위한 명분 쌓기 내지는 여론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회담에서 “덜 치명적인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어 봉쇄 규정을 완화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대규모 시위 이후 빠르게 제로 코로나의 출구 전략을 찾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쿵쉬안여우(孔鉉佑) 주일 중국대사가 현지 언론에 “멀지 않은 장래에 중·일 간 인원 왕래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중국이 국경 재개방 시기도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노인 백신 접종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춘제(春節·설)가 지난 후 2월쯤 중국이 전면적인 개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중국 내부에서는 급격한 방역 완화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리광만(李光滿)은 한 웹사이트에 공개한 글을 통해 “전염병 예방·통제 정책의 조정은 신중해야 하며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홍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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