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 마리아의 친구들과 이웃들은 이곳에 양초, 인형을 놓으며 애도했다. /CTV 유튜브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엄마와 함께 캐나다로 건너간 7세 어린이가 등굣길에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14일(현지시각) CTV, CBC방송 등에 따르면 이 비극적인 사건은 전날 오전 8시쯤 퀘벡주 빌-마리 자치구 내 스쿨존에서 발생했다.
피해자인 마리아 레젠코브스카(7)는 다른 두 형제와 함께 학교에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과속해 달리던 가해 차량은 마리아를 친 뒤 그대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마리아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당시 사고 장면을 목격했던 마리아의 형제들과 다른 어린이들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마리아의 형제들이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가해 차량이 정말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들이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를 피해 이 길을 택하는데, 문제는 여기가 학교 앞이라는 것”이라며 “이곳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 비극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했다.
마리아는 몇 달 전 어머니, 두 형제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캐나다로 입국했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전쟁에 징집돼 우크라이나에 홀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우크라이나협회 퀘벡 지부장인 마이클 슈웨치는 “가엾은 어머니가 겪고 있는 일이 믿기지 않는다”며 “그녀는 안전한 곳에 와서 몬트리올 삶에 통합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아무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끔찍한 악몽”이라고 했다.
몬트리올 현지의 성 소피 우크라이나 정교회 신부 볼로디미르 쿠치니르는 자신이 마리아의 어머니에게 정신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치니르 신부에 따르면 마리아의 어머니는 사고 이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 사실이 아니야. 아냐, 이건 사실이 아니야. 마리아는 살아있어”라며 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신부는 전했다.
신부는 이어 “이 상황을 어떻게 견뎌낼지 모르겠다”며 “솔직히 장례 예배를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마리아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캐나다 전역에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있었던 날 밤 현장 인근엔 추모객 40여명이 모여들었고, 마리아의 친구들과 이웃들은 이곳에 양초, 인형을 놓으며 추모했다. 마리아의 장례 비용 지원을 위한 온라인 모금도 시작됐다.
가해 차량을 몬 운전자는 후안 마누엘 베세라 가르시아(45)로 밝혀졌다. 가르시아는 사고 당일 오후 직접 경찰에 찾아가 자수했다. 그는 뺑소니로 마리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15일 운전 금지, 피해자 가족과의 대화 금지 등의 조건으로 보석 석방됐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