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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지지율 추락? 번아웃?'...뉴질랜드 최연소 총리가 사표 던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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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10월 총선도 포기"
4년 더 버틸 '연료' 부족 이유로
고물가, 코로나 방역 조치 역풍
한국일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북섬 항구도시 네이피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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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총리 취임과 재직 중 출산 등으로 화제를 뿌렸던 저신다 아던(43) 뉴질랜드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구체적인 사의 배경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소속당의 지지율 추락과 무관치 않은 결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던 총리는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늦어도 2월 7일까지만 총리직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14일 예정된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약 5년간 총리직을 수행해 온 아던 총리는 "총리라는 특권적 역할엔 내가 적임자인지를 알아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며 "또 다른 4년을 내다보기엔 내가 가진 연료가 충분치 않다"고 사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떠날 때를 아는 리더로 기억되고 싶다"라고도 했다.

사의 배경을 두고 자신과 소속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던 총리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는 29%로 취임 후 역대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집권 노동당 지지율 역시 지난해 1월 제1야당인 국민당에 역전당한 뒤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찌감치 뉴질랜드 현지에선 아던 총리의 총선 패배가 점쳐지기도 했다.

전 세계를 덮친 고물가 여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뉴질랜드 유권자들이 치솟는 생활비와 암울한 경기 전망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던 지지율도 하락 곡선을 그렸다"고 전했다. 장기간에 걸친 고강도 코로나19 봉쇄 정책도 악재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뉴질랜드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국경을 걸어 잠갔다가 지난해 7월에서야 국경을 전면 개방했다. 최근엔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야당 대표를 향해 '거만한 멍청이'라고 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일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019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총격 사건 당시 히잡을 쓰고 무슬림 유족들을 끌어안고 위로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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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7세로 취임한 그는 당시 세계 최연소 총리와 임기 중 출산 등 각종 화제로 세계 이목을 끌었다. 2018년 딸을 낳고 6주간의 출산휴가를 다녀왔고, 모유 수유를 이유로 3개월 된 딸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 동행하기도 했다. 2019년 51명이 사망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총격 사건 때는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총기 단속법을 강화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후 저신다와 마니아를 합친 '저신다 마니아(Jacinda mania)'로 불리는 지지층을 등에 업고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날 아던 총리는 "올해 말 학교에 입학할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 있던 배우자에게 "드디어 우리도 결혼식을 올리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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