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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전차 지원’ U턴한 서방···러 ‘핵 도발’ 우려 낮아졌다 판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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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주력 전차 지원’ 입장 선회 까닭은

외신 “러 핵 위협에 대한 동맹국 인식 변화”

군사적 차원보다 ‘정치적 결정’ 평가도

경향신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10월17일(현지시간) 독일 북부 오스텐홀츠의 군사기지에서 레오파르트2 전차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독일은 25일 우크라니아에 자국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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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독일이 25일(현지시간) 주력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이 전쟁에 대한 서방의 지원 기조가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무기 강국의 전차 지원이 다가오는 봄 전투에서 반격을 노리는 러시아에 타격을 입히는 수준을 넘어 빼앗긴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CNN은 이날 전차 지원은 기존의 방어용 무기와 달리 “명백히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기 위한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워싱턴이 이 전쟁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자국 주력전차인 M1 에이브럼스 지원 계획을 밝히며 “우크라이나 방어를 돕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이 같은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이 크렘린에 대한 서방의 메시지 전환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방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를 방어용으로 국한했다.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나 전차 같은 중무기를 지원하지 않은 것은 러시아가 ‘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러시아는 그간 전쟁에서 수세에 몰릴 때마다 “핵 보유국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분쟁에서 절대 진 적이 없다”며 핵 위협을 가하곤 했다.

외신들은 이같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서방이 공격용 무기 지원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CNN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중무기 지원이 핵 보유국을 지나치게 도발할 위험이 있다는 오랜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유럽 고위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중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지만, 각국 지도자들은 전장의 상황이 바뀌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식은 크름(크림)반도에 대한 미국의 기류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논의한 끝에 크름반도 공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는 ‘푸틴의 성지’라 불릴 만큼 러시아에게 상징적인 지역이며, 미국은 그간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을 우려해 크름반도 공격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다만 서방이 러시아의 핵 도발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불확실하다. 확전이나 핵 위협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서방이 러시아에 남아 있는 레드라인이 없다고 믿는 것은 러시아의 끈질긴 핵 위협에 굴복하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라며 “당장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무력해 보일 수 있지만, 전쟁의 운명은 이전에도 그랬듯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루스벨트룸에서 자국 주력전차인 M1 에이브럼스 전차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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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지원 결정이 나토의 분열을 수습하고 서방의 굳건한 동맹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차원’의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담당했던 에블린 파르카스는 “이 문제는 줄곧 정치적인 차원의 영역이었지 군사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도 전차 지원이 중요한 진전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전세를 틀기에 결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동맹국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서구의 통합”을 중시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전차가 전장에 도착할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돼 봄철 전투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이보다 미국이 앞서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이 전장에서 더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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