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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경찰 부실대응에 또 죽었다… 엉뚱한 사람은 전과자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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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야간에 술에 취해 골목에 누워있던 남성을 경찰이 그대로 두고 철수, 얼마 뒤 지나는 차량에 남성이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애꿎은 생명이 희생된 데다, 남성을 친 차량의 운전자는 졸지에 전과자 신세가 될 판이다. 경찰은 얼마 전에도 60대 취객을 집 대문 앞까지만 데려다줘 한파에 사망한 일이 있었다.



3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19일 오후 8시 45분께 동대문구 휘경동 한 골목에서 50대 남성 A 씨가 지나가던 승합차에 치여 숨졌다. A 씨는 당시 만취해 길에 누워 있던 상태였다.

문제는 사고 발생 45분 전 '길에 사람이 누워있다'는 시민의 신고를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남성을 깨워보려고 몇 차례 시도했다가 출동한 지 6분 만에 A 씨를 길에 그대로 남겨둔 채 자리를 떠 맞은편에 세워둔 순찰차로 돌아갔다. 당시 CCTV를 보면 A 씨가 누워있던 길은 인도였지만, 오토바이도 A 씨 옆을 스쳐지나갈 정도로 위험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방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깨우려고 했지만 도움이 필요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해 주변에서 지켜보려고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돌아간 뒤 A 씨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어두운 이면도로로 들어가 다시 드러누웠다.

그리고 큰 길에서 우회전해 이면도로로 진입하던 승합차가 A 씨를 치게 된 것이다. 승합차는 A 씨를 밟고 지나갔다가 곧바로 멈췄다.

승합차 운전자는 야간이라 어둡고 눈이 내려 A 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망 사고를 낸 60대 승합차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사고가 일어나던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A 씨가 누워있던 길 맞은편에 세워둔 순찰차 안에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동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현장 출동 경찰관들은 감찰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서울에 한파경보가 내려졌을 당시 60대 취객을 집 문앞까지만 데려다 줘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최근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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